지난해 2월 충북 진천 인근의 국도에 갑자기 소 한 마리가 나타났다. 이 소는 차량 사이를 질주했고 상당 시간 교통체증이 빚어졌다. 상황 종결을 위해 순찰차 여러 대와 소방차가 동원됐다. 추격전 끝에 마취총탄에 맞아 쓰러진 소는 주인에게 넘겨졌다. 이 소는 진천 우시장에서 경매되기 직전 탈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전국 우시장 근처에서는 이 같은 일이 종종 일어난다고 한다. 사람과 소가 한꺼번에 몰리다 보니 자칫 한 눈이라도 팔게 되면 느닷없이 소는 주인의 손아귀에서 벗어난다.

현재 전국 80여 곳 우시장이 운영 중이다. 경남에도 김해 진주 밀양 합천 하동 거창 등 거의 모든 지자체에 소를 사고 파는 곳이 있다. 때때로 우시장은 지역 경제 활성화의 척도로 활용된다. 거래액이 얼마인지, 얼마나 좋은 소가 경매에 나왔는지에 따라 경기 상황을 가늠해 볼 수 있어서다. 또 주민에게는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지인을 만나는 장소이기도 할 터다.

근데 우리나라 우시장은 최근 몇 년 사이 여러 가지 이유로 큰 타격을 받았다. 2020년 전에는 구제역 발생으로, 이후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경매시장이 아예 열리지 않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 감염병이 소멸되더라도 우시장이 예전의 활기를 되찾을 수 있을지를 확신하기 어렵다는 점. 이에 농협 기관인 축산경제는 이 같은 우려 해소를 위한 대안 마련에 나섰다. 대표적인 것이 ‘스마트 전자경매 가축시장’이다.

축산경제가 개발한 새 체계는 경매 응찰이나 실황 등을 스마트폰을 통해 볼 수 있다. 시장에 나온 소의 암수 여부, 출하자, 출생시기, 중량, 최저가 등 정보도 한 눈에 파악이 가능하다. 경매 참가자가 발품을 팔며 현장에 가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타지에서도 입찰이 수월해진다. 현지 반응도 좋다. 축산경제가 지난해 12월부터 하동축협에서 시범 가동 해보니 농가나 경매 참가자들 모두 만족도가 높았다.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하동축협의 스마트 전자경매 가축시장은 지난 22일 공식 개장했다.

일부에서 우시장이라고 하면 누구나 단번에 떠올릴 수 있는 떠들썩함과 사람 간의 어울림이 스마트 시스템 구축에 따라 사라지는 것이 아쉽다는 말도 나온다. 그러나 비대면이 대세가 된 지금으로서는 당연히 우시장도 이런 시대적 흐름을 따라야 한다는 주장이 더 설득력을 얻는다. 기존 체계의 지리적·시간적 한계를 뛰어 넘으려면 부단한 노력이 필요함은 우시장 종사자에게도 예외일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