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우리나라 우주항공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중요한 일들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6월 21에는 우리 기술로 개발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와 인공위성이 우주 시대를 열었고, 7월 19일에는 우리나라가 세계 8번째로 초음속 전투기 KF21 001(보라매)호를 완벽하게 설계, 완성하고 초도 비행에 성공했다. 8월 5일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달 착륙, 탐사선 다누리호가 미국 스페이스 X사의 팔콘 9로 발사되어 우리나라도 곧 달 탐사를 시작하게 된다. 정말 자랑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우리의 이런 성취에 관한 기사 댓글을 보면 일부 네티즌들이 우리의 성공 과정을 비하하는 내용을 종종 볼 수 있다. 누리호의 성공에 대해 실질적으로는 러시아 기술을 도입하여 성공했다는 비아냥거림, 그리고 KF21의 성공에 대해 GE사의 엔진을 그대로 장착했다고 말하면서 우리의 성공을 스스로 깎아내리는 댓글들이 있다. 우리의 독자기술이 아니라는 것이다.
현시대 우리 일상에서 최고의 발명품은 스마트폰이다. 잘 알다시피 스마트폰의 시작은 스티브 잡스의 아이폰에서 시작되었다. 그러면 아이폰에 들어간 모든 기술은 스티브 잡스 애플사의 독자기술인가? 스마트폰에 들어가 있는 작은 화면을 두 손가락으로 펼쳐서 확대시킬 수 있는 기술, Multi-touch 기술은 당시 제프 한(Jeff Han) 등 많은 개발자들이 유사기술을 가지고 있었다. 스티브 잡스는 그 중 핑커웍스(Fingureworks)사를 통째로 인수하여 자신의 아이폰에 장착한 것이다. 즉 자신의 기술이 아니고 경쟁사나 다른 곳의 기술을 이용하여 자신의 이상을 실현한 것이다.
테슬라와 스페이스X의 또 다른 천재 일론 머스크는 어떠 한가? 테슬라는 자동차 차체를 기존 방식인 용접기술을 적용하지 않고 통째로 찍어내는 기가프레스(Giga Press) 공법을 적용할거라는 내용을 발표했다. 그런데 기가프레스 공법을 적용하려면 엄청난 크기의 성형기(프레스)가 필요한데 이것은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가 아니라 이탈리아 IDRA사가 개발한 것이다. 일론 머스크는 자신이 생각하는 꿈을 그리고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전 세계에서 관련 기술을 도입해 성공적으로 완성하는 것이다. 모든 것을 100% 독자기술로 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인 국가는 북한이다. 북한은 핵무기 개발과 모든 군사과학 기술 개발에 자신들의 자주적 독립기술을 적용한다고 한다. 사실 그럴까? 그렇지 않다. 알다시피 가장 폐쇄적인 국가인 북한조차 많은 기술과 장비를 서방세계에 의존하고 있다. 그래서 유엔이 북한에 들어가는 전략 기술을 통제하여 북한을 압박하는 것이다. 또한 러시아가 군사기술에서 최강국이지만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때 미국 등 G7은 러시아에 반도체 AI 로봇 기술과 최첨단 부품 수출을 금지하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아무리 자신들이 독자적으로 기술을 적용한다고 장담해도 결국 많은 기술을 이웃 국가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나라 역사에서 가장 혁신적이고 독립적이 발명품은 무엇인가 생각해보면 필자는 감히 우리의 한글이라고 말할 수 있다. 물론 우리나라에는 고려청자 팔만대장경 직지 등 뛰어난 독창적 발명기술이 많이 있다. 하지만 발명 과정과 실제 적용, 그리고 실생활 파급력을 고려할 때 우리의 한글, 훈민정음만큼 뛰어난 과학 발명품은 없는 것 같다. 우리의 훈민정음은 세계 그 누구도 독자성과 창의성을 부정할 수 없는 우리의 고유 기술인 것이다. 이는 우리가 언제든 우리의 독자기술을 개발할 능력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하지만 현시대는 세계가 하나로 연결된 초연결사회이기에 새로운 독자기술이 만들어지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서 다른 선진 기술과 기존 개발 기술을 적용한다고 해서 우리가 성취한 우수한 기술을 폄하할 필요는 없다. 진정한 독자기술은 혁신적 아이디어로 우리 생활에 유용하고, 의미 있고, 파급력 있는 실제품, 실체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김진천 울산대 첨단소재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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