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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경제 항산항심] 지속가능한 대한민국을 위하여

  • 국제신문
  •  |   입력 : 2022-09-26 19:41:13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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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 소멸되고 있다. 전국 3512개 읍·면·동 중 인구소멸위험 지역은 1787개로 절반을 넘어섰고 89.4%가 비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그나마 수도권에는 사람과 돈이 몰리지만 지역은 소멸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청년층의 지역이탈도 걱정스러운 대목이다. 역대 모든 정부가 강력한 지역균형발전 정책을 폈음에도 지난 20년간 청년층(15~34세) 160만 명이 수도권으로 순 유출됐다. 지역은 미래마저 소멸되고 있다.

최근에는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이라는 3중고가 겹치며 가뜩이나 힘든 한국경제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글로벌 긴축 속도전과 금리 인상 경쟁은 ‘영끌’ ‘빚투’한 서민, 한계 선상에 있는 중소기업, 경제 체력이 약화된 지역경제에 걱정을 더한다.

저출산 고령화 탈원전 국민연금 건강보험 고갈 등 대한민국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고질적 난제들은 해결의 실마리조차 찾지 못한 채 묵혀만 가고 있다. 문제해결 능력은 물론 사회적 합의를 만들고 지킬 수 있는 역량을 키우지 못해 사회적 손실만 커지고 있을 뿐이다.

저출산 고령화부터 짚어보자. 올 2분기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 0.75명을 기록했다. OECD 평균의 절반 이하 수준으로 38개 OECD 회원국 중 합계출산율 1명 이하는 우리가 유일하다. 세계 인구는 2022년 79억 7000만 명에서 2070년 103억 명으로 증가하지만 우리는 5200만 명에서 3800만 명으로 오히려 줄어든다. 2070년에는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이 46.4%가 되어 세계 236개 나라 중 가장 늙은 나라가 된다.

출산율이 제일 낮은 데 반해 자살률은 세계에서 제일 높다. 특히 80세 이상의 자살률은 OECD 평균보다 3배 이상 높다. 살기 힘들어 아기를 낳지 않고 살기 힘들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경로사상이 헌법적 가치만큼이나 강조되는 동방예의지국에서 극단적 선택을 하는 어르신들이 다른 나라보다 3배 넘게 많다는 건 비극 중의 비극이다. 대한민국이 얼마나 살기 힘든 나라인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다.

탈원전은 또 어떤가. 에너지원별 발전비율에서 석탄(44%)과 원자력(39%)이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이다. 탈원전을 주장하는 분들이 탈석탄과 탈원전을 동시에 추진하면서 어떻게 원활한 에너지 조달과 2050 탄소 중립의 동반 달성이 가능한지 시원한 답을 못 줬다면, 사용후핵연료가 저장 용량의 98% 넘어선 상황에서 방폐물 처리 대책은 제대로 수립하지 않고 원전 확대만 주장하는 것 역시 위태롭긴 마찬가지다.

더 내고 덜 받는 방식의 국민연금 건강보험 개혁은 재정 고갈 속도를 늦추는 데는 도움이 되겠지만, 연금 건보 수급자들이 삶의 질을 높이는 데는 전혀 보탬이 되지 못한다. 연금 고갈 위험이 연일 보도되고 있는 가운데 이제 가입하는 청년들은 도대체 어쩌란 말인가? 더구나 저출산 고령화는 세수 감소와 세출 증가를 유발해 대한민국을 구조적인 세수 부족의 늪에 빠뜨릴 가능성조차 있다.

대한민국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첫걸음은 뭐니 뭐니 해도 지역균형발전이다. 하지만 수도권 일극주의 극복의 대안으로 추진되어온 동남권 메가시티 광역연합조차 10년 이상 진행되고, 특별지자체 승인까지 받았음에도 하루아침에 무산 위기를 맞는 것이 우리나라 지역균형발전 정책의 현주소이다. 메가시티를 반대하는 분들은 행정통합을 대안으로 내세우지만 추진은 쉽지 않아 보인다. 행정통합이 훨씬 더 이해관계가 복잡하고 법적 행정적으로 어렵다는 지적이 많기 때문이다. 메가시티 광역연합이든 행정통합이든 서로 책임 전가하며 허송세월하는 사이에 수도권 일극주의 극복은 물 건너갈 가능성이 높다.

사회적 대타협과 숙의 민주주의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보수 진보 할 것 없이 해답을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다수결과 절차적 민주주의에 맡겨두는 것은 무책임해 보인다. 세대 간 지역 간 정치세력 간 대타협을 통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동남권에 새로운 중심을 만들어 수도권 일극주의를 극복하자는 20년 논의가 갈팡질팡하고 있는데도 제 목소리를 못 내는 지역사회도 안타깝긴 마찬가지다. 서로 머리를 맞대고 합의점을 찾아내는 것만이 한국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정영두 BNK경제연구원장·경남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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