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이 되면 무조건 혼자 살아가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혼자 사는 것이 아니라 함께 도우면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보호아동 자립역량강화 프로그램에 참여한 아동의 소감이다.

모두가 힘을 합쳐 돌봐야 할 소중한 아이들이 세상의 무관심으로 세상을 떠나는 일이 매스컴을 통해 계속 보도되고 있다. 막 세상에 나와 홀로 서기를 해야 하는 아동은 매년 약 2500명. 아이들은 스무 살이 되어 홀로 세상에 나와야 하는 상황이 두렵기도 하고 설레기도 한다. 시설에서의 생활과 다르게 세상에 나와서 온전한 나만의 공간에서 생활하며 무언가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은 아이들에게 자유로움을 준다. 하지만 원하지 않는 홀로 서기를 하게 된 아이들은 세상이 버겁고 무섭기도 하다. 믿었던 사람에게 사기를 당하기도 하고, 갑자기 나타난 부모를 부양해야 하는 상황이 되기도 하면서 이 아이들이 잘살아갈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지원되는 지원금은 그 목적을 잃어버리기도 한다. 이 아이들에게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한 순간이다.

대부분 일반 가정의 아이들이 평균적으로 부모로부터 독립하는 시기를 대학을 졸업한 이후라고 한다면, 보호아동들은 일반가정의 아이들보다 약 5년 이상 빨리 혼자서 세상을 살아가야 한다.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바로 취업을 하는 아이들 중 약 54%가 아르바이트로 생활을 하고 있으며, 이들의 한 달 평균소득은 127만 원으로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보호종료아동의 삶이 이슈가 되면서 정부와 지자체, 많은 사회복지기관들이 이 아이들의 ‘진정한 자립’에 대한 고민과 노력을 함께 하기 시작했다. 2021년 7월, 정부는 ‘보호종료아동 지원강화 방안’을 내놓으며 보호아동들의 자립을 제대로 돕기 시작했고, 부산시도 ‘2022년 보호아동 자립지원계획’을 수립하고 전국 최초로 민관협력체를 구성하여 지역사회가 함께 보호아동들의 든든한 보호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역시 수십 년간 아동들과 함께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보호종료아동들에게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다양한 사업들을 진행하고 있다. 어린이재단이 이러한 사업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낌없이 후원해주시는 후원자님들과 함께 부산지역 내에서 보호아동들을 담당하고 있는 아동양육시설, 공동생활가정(그룹홈), 부산시보호아동자립지원센터 등 각 기관들의 역할과 도움이 크다. 각 기관에서 아이들이 바르게 성장하고 자립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지지하고 지원하고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이들 각 기관과 함께 정부와 지자체,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이 연대하여 보호아동을 함께 도울 때 우리 아이들의 자립을 좀 더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다.

지난해 메그네이트 박현수 대표의 후원으로 시작한 ‘함께 Green 미래’ 사업은 보호아동들이 스스로의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교육비 지원과 함께 아이들이 원하면 일할 수 있는 기회와 일자리도 함께 제공하고 있다. 또한 아이들에게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어른’이 되어주고자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뜻을 모아 ‘자립멘토단’을 만들어 아이들의 문제를 함께 의논하고, 고민하고 있다. 그 결실로 최근 보호아동들을 지원하기 위한 기업이 설립되었고, 이들 뒤에는 ‘함께 Green 미래 자립 멘토단’이 든든한 응원군이 되어주고 있다.

그리고 KRX국민행복재단이 후원하는 ‘드림나래’ 사업은 일시적인 지원이 아니라 보호종료아동들에게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지원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자립지원금과 함께 진로 코칭, 아동들 간의 자조모임, 먼저 자립에 성공한 선배들과의 멘토링 등을 통하여 고등학교 3학년부터 5년 동안 아이들이 충분히 자립을 고민하고 준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보호아동의 자립은 혼자 해내야 하는 것이 아니다. 오늘도 마라톤을 이어가고 있는 우리 보호아동들이 스스로의 힘을 잘 키워, 길고 긴 레이스를 멋지게 완주할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이 아이들을 품어주자.

보호아동들의 스무 살이 ‘혼자’가 아니라 ‘함께 서기’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노희헌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부산지역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