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록의 계절이 초여름을 향하고 있다. 산천 푸르름의 기세가 아름다움을 넘어 마음을 덮어버린다. 이맘때 생각나는 글이 ‘청춘예찬(靑春禮讚)’이다. 우보 민태원(1894~1934) 선생이 1929년 발표한 수필인데 일제강점기의 우리 청년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북돋아 주고 억압받던 우리 민족의 개화사상을 깨우치는 데 많은 역할을 했다. 이 글을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서 처음 접하고 밑줄 그어가며 읽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청춘예찬’은 이렇게 시작한다. ‘청춘! 이는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설레는 말이다. 청춘! 너의 두 손을 가슴에 대고, 물방아 같은 심장의 고동을 들어 보라. 청춘의 피는 끓는다. 끓는 피에 뛰노는 심장은 거선의 기관같이 힘 있다. 이것이다. 인류의 역사를 꾸며 내려온 동력은 바로 이것이다’. 시대는 다르지만 언제나 청춘은 활기차고, 그들의 이상은 우리에게 살아가는 희망을 준다.
현재, 청년의 또 다른 명칭이 MZ세대다. 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하는 말이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최신 트렌드와 남과 다른 이색적인 경험을 추구하는 특징이 있다. MZ세대를 풍자하며 표현하는 기사 중 상당수가 그들의 유별난 ‘명품’ 사랑에 관한 것이다. 오래전에 유사한 기사나 뉴스는 많이 본 듯한 경험이 있다. 1990년대에는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트렸다는 이야기, 2000년대에는 밀레니엄 세대의 특징, 2010년대에는 인생은 한 번이라는 ‘욜로족’과 경제적 자립, 조기 퇴직의 ‘파이어족’ 기사를 반복해서 보아왔다. 걱정과 고정 관념이 지나친 기성세대의 관점인 듯하다.
최근 기사를 보면, 일부 MZ세대의 명품에 대한 열망은 점점 심해지는 것 같다.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자동차나 시계의 수준이 아니라 집, 직장, 여행지 숙소, 외식, 결혼식장까지 이른바 명품을 가져야 스스로 마음이 편안해지고 주류가 되는 듯하다. 더욱이 이것을 SNS로 공유하며 자신이 살아있다는 최소한의 증명을 한다. 정도는 다르지만 대부분 젊은이는 이것을 즐기는 것 같다. 열심히 살아가는 대부분 MZ세대는 현실과 타협하며 갈등한다. 절약하고 가성비 따지며 실속 있게 살아간다. 이들이 가진 외제 차보다 국산 차가 훨씬 많고, 중심가 고급 아파트보다 외곽 아파트의 전세에서 대부분이 살아간다. 심지어 원룸 오피스텔에서 시작하는 소박한 부부도 많이 눈에 띈다.
그렇지만 이들도 마음속에는 같은 꿈과 지난 시절의 아쉬움이 있다. SKY 대학을 졸업하고 대기업에 입사해 서울 강남 아파트에 살고 싶었다. 판검사 의사는 공공의 꿈이었다. 태어나서 늘 좋은 대학, 좋은 직업을 가지기 위해 경쟁하며 살아온 MZ의 세상은 어떨지 생각해 보자. 세상의 모든 것은 서열과 경쟁, 단 두 개일 것이다. 성공한 사람과 실패한 사람, 성공의 상징은 명품이다. MZ가 미슐랭 스타 식당에서 밥을 먹고 결혼은 일류 호텔에서 하고자 하는 이유다. 처절한 경쟁에서 모두가 1등을 염원하는 MZ의 솔직한 자기표현이다.
왜 MZ세대가 결혼을 미루고, 젊은 부부는 출산하지 않고, 고가의 명품을 소비하는가? 이런 물음 이전에 그들에겐 큰 아픔이 있다. 그것은 우리 기성세대가 만든 승자 독식의 세상에서 똑같은 꿈을 강요받은 MZ이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결혼 출산 양육 교육은 어느 하나 희망이 아니라 무거운 책임만 있는 듯하다. 이는 새로운 국가 정책과 우리 모두의 혁신과 노력으로 풀어야 할 핵심과제다. 이제 MZ세대는 태생적으로 가진 탁월한 지혜와 능력으로 개인과 공동체의 비전과 혁신을 실천하는 선도자가 되자. 다양한 생각과 가치의 협업은 우리의 미래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고 노력하자. 어느 학자가 이르기를 IT, 기계가 대신할 수 없는 인간의 존재 자체가 미래가치라고 했다. 21세기 MZ는 아픔보다 기쁨이 먼저이고 행복해야 한다.
모든 걸 빼앗기고 암울했던 시절 ‘이상’을 외친 ‘청춘예찬’을 되새긴다. ‘이상! 우리의 청춘이 가장 많이 품고 있는 이상! 이것이야말로 무한한 가치를 가진 것이다. 사람은 크고 작고 간에 이상이 있음으로써 용감하고 굳세게 살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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