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대한민국을 강타한 ‘12·3 계엄 사태’와 탄핵 국면으로 부산 경제에 긴장감이 감돈다. 안 그래도 미국의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서비스 제조 건설 등 거의 전 분야가 위기감에 휩싸여 있는데, 난데없는 국내 정치 핵폭탄에 사중고 오중고를 겪을 판이다. 정부와 정치권의 역할이 절대적인 부산 관련 정책 입안이나 입법 활동도 모두 탄핵이라는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국정 혼란과 공백 장기화에 대한 지역과 상공계의 경계심이 갈수록 커진다.

한때 최고의 호황을 누렸던 부산 금정구 장전동 부산대학교 앞 사거리가 불경기로 인한 텅 빈 상가 탓에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국제신문 DB

우선은 환율 불안이다. 현재 미국 달러당 원화가 1400원대이지만 경우에 따라 1500원대까지 치솟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 부산에는 외국에서 원자재를 수입 가공해 이를 납품하거나 수출하는 중소·중견기업이 많다. 환율 상승은 원가 상승으로 이어져 가격 경쟁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외국 투자가 활발한 기업은 투자비와 부채 부담 증가를 걱정해야 한다.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건설이나 부동산 업계에도 좋을 게 없다. 매수심리 하락으로 미분양이 속출하고 중견 건설사들의 도산도 잇따르는 분위기에 또다시 찬물을 끼얹는 격이다. 환율이 요동치면 은행은 보수적으로 자금을 운용할 수밖에 없어 기업엔 추가 압박 요인이 된다.

침체된 부산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부산시와 정치권이 매진해온 여러 정책 역시 올스톱이다. 더불어민주당의 비협조로 교착 상태에 빠진 KDB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은 물론, 여야가 초당적으로 약속한 부산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도 마찬가지다. 산은 이전과 관련해 부산시는 이달 중으로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들을 만나 설명회를 열려고 했으나 계엄 사태로 무기한 연기했다고 한다. 애초 올 정기국회에서 처리될 듯했던 글로벌특별법 역시 연내 완료는 이미 물 건너갔고 내년 전망도 불투명하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국면이 조기 종료되더라도 차기 대선 일정 등을 감안하면 두 가지 사안 모두 앞날을 기약할 수 없는 상태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부산의 자영업자 수가 6년 만에 처음으로 30만 명이 붕괴됐다는 ‘11월 고용동향’ 통계가 발표됐다. 소비심리가 살아나지 않으니 내수는 부진의 늪에 빠지고 그에 따라 가게를 접는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들이 급증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계엄과 탄핵으로 나라가 흔들려도 지역과 경제는 별개로 돌아가야 한다. 탄핵이 모든 이슈를 삼키도록 방치해선 안된다. 올해 부산시는 정부의 긴축 재정 기조 와중에도 적잖은 국비를 확보했고, 여기엔 1조 원 규모의 가덕도신공항 공사비 등이 포함되어 있다. 공공 분야의 적극적인 예산 집행이 단기적으로는 경기 부양의 마중물이 될 수 있다. 북항 1단계 랜드마크 부지의 외자 유치나 해운대 세가사미 부지 개발 약속도 이행에 차질이 없는지 잘 살펴야 한다. 부산시와 정치권은 모니터링을 강화해 분야별 지원책을 강구하는 한편 주요 현안의 새로운 돌파구 또한 모색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