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이 수사기관의 출석 요구에 불응했다. 공조수사본부(공조본)와 검찰은 각각 윤 대통령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할 예정이다. 16일 경찰국가수사본부·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국방부조사본부로 구성된 공조본은 오는 18일 오전 10시 정부과천청사에 있는 공수처 청사로 출석하라고 윤 대통령 측에 인편으로 통보하려 했으나 대통령실과 관저 모두 출석요구서 수령을 거부했다. 공조본은 우편으로도 요구서를 보냈다. 윤 대통령의 혐의는 내란 우두머리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다. 윤 대통령은 앞서 15일 오전 출석하라는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의 요구에도 응하지 않았다. 이유는 “변호사를 아직 수임하지 못해서”라고 한다. 검찰은 이날 2차 소환 의사를 전달했다. 윤 대통령이 계속 소환에 불응할 경우 공조본과 검찰은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강제수사에 나서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비상계엄 공조수사본부 관계자가 1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나오고 있다. 이날 공조수사본부는 윤석열 대통령 출석요구서 전달을 위해 대통령실을 방문했지만 전달하지 못했다. 연합뉴스

헌법재판소는 재판관회의를 열어 오는 27일을 변론준비기일로 정했다. 이날부터 대통령 탄핵심판사건(2024헌나8)의 공식적인 재판이 진행되는 셈이다. 전자추첨 방식으로 재판을 담당할 주심을 결정했으나 관례를 내세워 공개하지 않았다. 증거 조사 등을 담당할 수명재판관으로 이미선·정형식 재판관을 선임했다. 다른 탄핵 사건보다 최우선으로 대통령 탄핵 심판에 집중하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공석인 3명의 재판관 임명 절차를 서두르고 있다. 재판 절차의 윤곽이 드러난 만큼 이르면 이달 내, 늦어도 다음 달 초순에는 임명 절차가 끝나야 한다. 만에 하나라도 국민의힘이 당 내분을 들어 임명을 지연하려는 시도를 해서는 안 된다.

윤 대통령은 지난 7일 탄핵소추안 국회 표결을 앞두고 대국민담화에서 “법적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이어진 두 번의 추가 담화에서는 ”비상계엄은 대통령의 통치 행위”라며 “끝까지 싸우겠다”는 취지로 말하는 등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날 공조본의 출석요구서 수령을 거부함으로써 일단 비상계엄 수사에 차질을 주는 모양새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권은 사법 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 만큼, 수사기관의 조사에 순순히 응대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윤 대통령이 조사를 받는다면 공조본과 검찰 중 어디일지도 관심사다.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 출신의 법조인이다. 검사 출신 대통령이 수사를 거부할 때 이를 이해할 국민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법을 잘 아는 사람이 온갖 이유를 들이대며 수사망을 빠져나가는 모습을 보인다면 이 나라 법체계를 스스로 허무는 꼴이다. 비상계엄을 모의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군의 주요 사령관들이 잇달아 구속되는 상황이다. 대통령은 공조본이든 검찰이든 수사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현직 대통령의 신분을 고려한다면 영장에 의한 체포보다는 자진출석해 조사받는 편이 낫다. 더는 버틸 명분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