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권성동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8일 만난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뒤 첫 만남이다. 민주당 측은 이번 만남을 새 여당 지도부와의 ‘상견례’라고 밝혔으나 단순한 인사자리에 그쳐서는 안 될 일이다. 두 대표는 혼란에 빠진 정국과 경제위기를 수습하기 위한 방안 등을 논의하길 바란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왼쪽부터)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 회장) 우원식 국회의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윤진식 한국무역협회 회장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경제4단체 비상간담회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김정록 기자

탄핵 사태 이후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정치적 계산과 주도권 싸움을 벌이는 듯한 모습을 보여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주부터 ‘여·야·정 3자 경제협의체’ 구성을 제안했고 정부도 참여 뜻을 밝혔으나, 국민의힘이 거부했다. 민주당 이 대표가 지난 15일에는 정부와 국회가 함께 참여하는 ‘국정안정협의체 구성’을 제안했으나 권 권한대행이 거부했다. 권 권한대행은 “대통령 직무정지로 국민의힘은 여당이 아니다”는 이 대표 발언을 문제 삼아 “우리가 여전히 여당”이라며 협의체 불참을 선언한 것이다. 지금 여야가 서로 정국 주도권을 잡겠다며 한가하게 당리당략에 얽매여 있을 때가 아니다. 이번 만남에서 민생회복을 위한 협의체 합의 정도는 나와야 한다.

가뜩이나 민생경제가 어려운 터에 비상계엄 사태로 국민의 삶이 더 힘들어졌다. 우리 경제는 계엄 사태 이전에도 내수 부진과 수출 둔화로 내년 경제성장률이 1%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계엄사태 이후엔 대내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가계·기업 경제심리 위축이 더 확산하고 있다.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은 소비심리 위축으로 연말 특수가 사라졌다고 울상이다. 원·달러 환율은 계엄 사태로 1430원대에서 자리 잡으면서 기업 경영활동을 옥죄고 있다. 실제로 부산상공회의소가 30개 기업을 대상으로 환율 급등 영향 및 피해 상황을 긴급 모니터링한 결과, 철강 식품 등 수입 기업들의 수입 비용이 늘어 환차손, 영업이익 감소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율리스크가 확대되면 중소기업이 개별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만큼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17일 주요 경제단체장들을 만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에 따른 기업들의 고충을 청취한 것은 의미 있다. 경제단체장들은 경제 상황이 어려운 만큼 조속한 민생 안정 입법을 당부했다. 반도체산업에 대한 보조금 지원 등을 위한 반도체특별법, 고준위방사성폐기물특별법, 인공지능(AI) 기본법 등 경제 현안 법안을 여야 합의로 서둘러 통과시켜야 할 것이다. 이날 열린 제60차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임시총회에서도 각 지자체장은 민생 안정과 경제 회복 정책을 촉구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이날 정치권과 힘을 모아 민생 경제 회복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을 재차 밝혔다. 여야는 정치불안이 경제위기로 더 확산하지 않도록 초당적 협력에 나서야 할 것이다. 두 대표의 첫 만남이 소통과 협치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돼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