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이 헌법재판소의 최종 판단만을 앞두고 있다. 헌재는 지난 25일 11차를 마지막으로 변론 절차를 마무리했다. 지난해 12월 4일 국회가 탄핵소추안을 의결한지 73일 만이다. 선고는 빠르면 다음달 중순께로 예상된다. 이날 최종 변론은 국회 소추위원단과 양측 대리인단 등이 참석한 가운데 8시간 15분간 진행됐다. 국회 측은 탄핵 인용을, 대통령 측은 기각 필요성을 주장하며 재판관 설득에 주력했다. 윤 대통령은 최후진술을 통해 계엄의 목적 배경 절차의 정당성과 합법성을 열거하며 “(거대 야당에 의한)망국적 위기 상황을 국민에게 호소하고자 했다”고 주장했다. 국민에게 혼란과 불편을 끼친 점을 사과하며 “복귀한다면 잔여임기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말해 임기 단축 개헌까지 시사했다. 그러나 탄핵심판 결론에 대한 승복, 대국민 통합 메시지는 끝내 내지 않았다.

지난 24일 오후 부산 금정구 부산대 정문 앞에서 부산대학교 학생들로 구성된 ‘탄핵 반대 법치주의자 효원인들’과 보수단체 등 250여명(사진 오른쪽)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시국선언을 연 가운데 도로를 사이에 두고 부산대학교 민주동문회, 윤석열퇴진금정비상행동 등 100여 명(사진 왼쪽)이 탄핵 반대 세력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윤 대통령이 이날 1시간 7분 동안 읽은 2만 자 분량의 최종의견은 90% 이상 더불어민주당 비판으로 채워졌다. 무려 48번이나 야당을 언급하며 국무위원과 검사 줄탄핵, 예산과 입법 폭거 등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헌법상 대통령 권한에 의해 선포된 비상계엄을 불법 내란으로 둔갑시킨 민주당이야말로 국헌 문란 세력이라고 강변한 것이다. 하지만 이는 앞선 변론과 큰 차이가 없을 뿐더러, 대통령의 계엄 선포로 국가가 전례없는 혼란과 위기에 빠진 점을 고려한다면 보다 전향적인 메시지가 나왔어야 한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헌재 최종 변론이 피소추인에게 자기 변호를 위해 주어진 마지막 기회라는 사실을 감안하더라도 실망스러운 내용이다.

현재 대한민국 광장은 정확히 둘로 갈라져 있다. 탄핵에 반대하는 세력은 대통령 체포와 탄핵심판 본격화 이후 부산 대구 광주 대전 등지에서 잇따라 대규모 반탄 집회를 열어 헌재를 압박하고 있다. 탄핵에 찬성하는 쪽에서 개최하는 맞불 집회도 이에 맞먹는다. 탄핵심판 결론이 임박한 다음달 1일에는 양 진영이 서울 광화문에서 삼일절 실력 행사를 예고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와는 완전히 다른 양상이다. 그런데도 윤 대통령은 “저의 구속 과정에서 벌어진 일들로 어려운 상황에 처한 청년들이 마음 아프다”며 자제를 당부하기는커녕 부추기는 듯한 뉘앙스다.

대통령 직무 집행의 위헌·위법성을 따지기 위한 헌재의 역대 세번째 대통령 탄핵심판은 조만간 결론이 난다. 전시·사변에 준하지 않는 비상계엄 선포는 탄핵 사유로 충분하다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대통령과 국회가 주고 받은 고도의 통치행위라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탄핵이 인용되든 기각되든 반대 세력의 반발은 불을 보듯 뻔하다. 중요한 건 헌재가 어떤 판결을 내리더라도 양측이 승복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다. 최소한 헌재 판단 자체에 시비거리가 생기는 일은 없어야 한다. 헌재의 어깨가 어느 때보다 무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