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국민과일인 수박 1통 값이 3만 원 안팎이다. 이는 지난해 대비 25% 이상 오른 가격이다. 최근 농수산물값 오름세가 심상치 않다. 예년보다 빨리 찾아온 불볕더위 때문에 생육은 부진하나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며 가격이 치솟았다.

올해도 폭염으로 농산물 작황이 나빠져 물가가 오르는 ‘히트플레이션(열+인플레이션)’이 반복될 전망이다. 한국은행 보고서 ‘기후변화가 국내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을 보면 기온 1도 상승이 1년간 지속되면 농산물 가격은 2%, 전체 소비자물가 수준은 0.7% 끌어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폭염으로 인한 작물 피해가 전 세계적 현상이라고 하나 많은 원자재를 해외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는 더 큰 충격을 받는다.

농작물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중앙재난안전본부 ‘국민 안전관리 일일상황’을 보면 폭염으로 폐사한 가축(5월 20일~7월 14일)은 총 91만3537마리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17배 늘었다. 이 중 닭 등 가금류가 88만1478마리에 달한다. 닭고기와 돼지고기 등 축산물 가격오름세가 이어지는 이유다. 높아지는 수온에 양식업계도 비상이다. 폭염으로 지난해보다 보름 이른 지난 9일 고수온 위기경보 ‘경계’ 단계가 발령됐다. 고수온 경보는 28도 수온이 3일 이상 지속하면 발령한다. 대중적 횟감인 광어는 1년 전보다 14%, 우럭은 42% 가까이 가격이 올랐다. 지난해 국내 양식업 고수온 피해액은 1430억 원이다. 통계 작성 이래 최대 규모다. 올해는 더 큰 피해가 우려된다.

가뜩이나 폭염에 시달리는 시민은 치솟는 농축수산물값으로 이중고를 겪는다. 이상기후는 이제 변수가 아닌 상수다. 정부는 비축 확대, 수입 대체, 생육 지원 등 다양한 대응책을 내놓았으나 이런 대책은 한계가 있다. 기후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기술 기반 농업 혁신이 필요하다. 또 바다 대신 지상 수조에서 김 광어 등을 키우는 육상양식 활성화, 고수온에 강한 품종 개발 등 수산업 분야 변화가 중요하다. 가격이 너무 오르지 않도록 유통 구조 효율화도 이뤄야 한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16일 “폭염과 물가 폭등이 민생을 위협하고 있다”며 “극심한 폭염으로 히트플레이션이 현실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전날에도 폭염 대책 당정 간담회를 열고 히트플레이션 중장기 대책을 강조했다. 폭염이 식탁물가를 흔드는 일이 연례화돼선 안 된다.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이은정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