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그룹이 HMM 지분 인수를 검토하면서 HMM 민영화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HMM 본사 부산 이전’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매각 과정에서 부산 이전과 해운 생태계 강화라는 기본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포스코는 최근 HMM 인수 준비를 위해 삼일PwC, 보스턴컨설팅그룹 등과 계약을 맺고 대규모 자문단을 꾸렸다.

초대형 컨테이너선 HMM 누리호가 운항하는 모습. HMM 제공

현재 HMM 대주주는 산업은행(36.0%)과 한국해양진흥공사(35.7%)다. 자사주 공개매수가 마무리되면 산은과 해진공의 지분율은 각각 30% 초반으로 떨어진다. 정부와 국책은행이 보유한 HMM 지분 매각 작업을 본격화하면 포스코가 인수전에 뛰어들어 대주주가 될 수 있다. 포스코는 주력산업인 철강과 이차전지가 고전하면서 구조개편을 진행 중이다. 신사업 후보로 해운업을 고려한다. 해운업 재건의 상징인 HMM은 해양강국 도약과 부산의 글로벌 해양수도 비전 실현을 위해 본사를 부산으로 옮겨야 한다. HMM의 새 주인이 누가 되든 부산 이전은 기본 전제가 돼야 마땅하다.

해운업계는 포스코의 HMM 인수를 반대하고 있다. 해운협회는 지난 11일 “해운 생태계를 파괴하는 처사라며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산항발전협의회와 부산항을사랑하는 시민모임도 같은 날 성명을 내고 “포스코는 HMM 인수를 재고해야 한다”고 했다. 포스코는 국내 해운 물동량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대형 고객이다. 철광석·석탄 수입과 철강재 수출 등 연간 물동량이 수천만ｔ에 달한다. 대형화주가 직접 선사를 소유하면 운임 협상과 화물 배정에서 구조적 불공정이 생겨 시장 질서가 무너질 가능성이 존재한다. 업계는 철강업을 주력하는 그룹보다 해운업을 전문적으로 운영할 기업이 인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포스코 경영상황이 나빠지면 HMM이 최우선 구조조정 대상이 되고 이는 해운업 전반의 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1990년 거양해운을 설립했다 기대 이하 성과를 보이자 1995년 매각했다. 1980년대 호유해운·성운물산(원유) 동양상선(시멘트) 등 대량 화주 기업이 해운업에 진출, 해운생태계만 파괴하고 국민 경제에 부담이 된 사례가 있다. 포스코가 HMM을 인수한다면 물류 비용을 일부 절감할 수 있으나 시너지 효과가 크지 않다는 증권가 분석도 이런 우려를 부채질 한다.

HMM은 2017년 한진해운이 파산한 뒤 한국을 대표하는 국적선사로 남았다. 민영화 과정에서 국가기간산업이라는 점과 공공성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다.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 역시 “HMM은 단순히 해운선사의 민영화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적선사로서의 지배구조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공적자금 회수에만 연연해선 안 된다. 정부는 우리 해운산업 생태계를 강화할 기업이 HMM의 새 주인이 돼야 한다는 점을 명심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