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BIFF)가 17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오는 26일 폐막식까지 열흘간의 일정에 들어갔다. 1996년 국내 첫 국제영화제로 시작해 아시아를 대표하는 영화제로 성장한 BIFF가 올해 30돌을 맞았다. BIFF는 정치적 외압과 내부 갈등, 코로나19 사태 등 수많은 난관을 딛고 성장했다. 지난 30년을 축하하되 또 다른 30년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 BIFF가 성장통을 겪는 동안 홍콩·베이징영화제 등 아시아 영화제가 급성장하며 BIFF 명성을 위협하고 있다. BIFF가 아시아영화의 플랫폼으로 성숙하려면 변화와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작 ‘어쩔수가없다’의 기자간담회가 17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에서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박찬욱 감독, 배우 이병헌 손예진 박희순 이성민 염혜란. 김정록 기자

올해 BIFF는 64개국 241편이 공식 상영작으로 선정됐다.연계 프로그램인 커뮤니티비프 상영작까지 포함하면 총 324편이 관객과 만난다. 아시아 최대 규모 영화제의 면모를 입증하는 것이다. 30주년 특별기획으로 ‘아시아영화 100’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특히 BIFF의 강점이었던 아시아영화 발굴에 집중해 아시아영화를 대상으로 한 경쟁영화제로 전환했다. 14개 작품을 초청해 5개 부문에서 ‘부산어워드’상을 준다. 칸 베니스 베를린 등 세계 3대 영화제가 경쟁 부문 시상을 통해 영화제 권위를 유지하고 폐막까지 화제성을 유지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초청 해외 영화인들의 라인업이 역대급이라는 평가도 받고 있다.

BIFF는 한국영화가 국제무대로 진출하는 디딤돌 역할을 했다. 영화제에 소개된 작품과 감독들은 세계 무대로 진출할 기회를 얻었다. 1997년 BIFF에서 ‘초록물고기’를 선보인 이창동 감독은 이후 ‘밀양’ ‘버닝’으로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해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봉준호 감독도 데뷔작 ‘플란다스의 개’를 BIFF에서 처음 소개하며 이름을 알렸고, 훗날 ‘기생충’으로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했다. 중국 지아장커 감독과 일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도 BIFF가 배출한 영화인이다. 그간의 영광을 회고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될 일이다. 앞으로의 30년을 준비해야 하는 BIFF를 둘러싼 환경이 녹록지 않다. 글로벌 OTT 플랫폼의 부상과 디지털 기술 발전이 영화 산업 생태계를 흔들고 있다. 가장 근원적 문제는 영화가 더 이상 젊은층의 주류 문화가 아니라는 점이다. 올해 BIFF가 운영기조를 ‘관객 친화적 영화제’로 삼고 다양한 관객 맞춤 행사를 마련한 이유다.

BIFF 성장 이면에는 예산 50% 이상을 지원하는 부산시와 역대 집행부, 프로그래머, 자원봉사자 등의 노력이 있다. 무엇보다 부산시민의 지원과 사랑이 없었다면 BIFF가 존재할 수 없었다. 시민과 함께 하는 ‘커뮤니티 비프’‘동네방네 비프’를 확장하고 내실화해야 하겠다. 올해 처음으로 시도하는 경쟁영화제에 대한 위상을 확고히 할 필요도 있다. 선정 기준을 명확히 해 공정성 시비가 나오지 않도록 해야 마땅하다. 30돌 행사는 BIFF가 아시아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명실상부한 글로벌 영화제로 발돋움하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