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대장동 개발 비리 혐의로 중형을 선고받은 피고인들에 대한 항소를 전격 포기했다. 공소 유지를 맡은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7일 밤 11시 53분께 항소 포기를 결정했다. 항소 시한인 8일 자정을 7분 앞두고 내린 결정이다. 검찰은 애초 항소 제기 방침이었지만 법무부 측에서 반대 의견을 냈고, 대검찰청과 중앙지검 지휘부가 이를 받아들였다고 알려졌다. 반면 대장동 일당은 5명 모두 항소했다. 사회적 관심이 큰 중요 사건을 검찰이 1심 단계에서 항소를 포기하는 건 극히 이례적이다. 검찰은 대장동 사건이 ‘조작 기소’라며 국정조사 청문회 상설특검으로 단죄하겠다는 더불어민주당과, 항소 포기를 문제삼으며 국회 현안 질의와 국정조사를 촉구하는 국민의힘, 양쪽으로부터 비난의 화살을 맞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정치검찰 조작기소대응특위 이건태 의원과 이주희 의원(왼쪽)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대장동 민간업자인 남욱 변호사의 법정 증언을 공개하며 검찰의 조작기소를 주장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가 같은 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검찰의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 항소 포기 관련 기자간담회를 갖는 모습. 연합뉴스

김만배 유동규 정영학 정민용 남욱 등 대장동 일당 5명은 지난달 31일 1심 재판에서 횡령 뇌물 배임 등 혐의를 인정받아 징역 4~8년, 추징금과 벌금 수억~수백억 원을 각각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하지만 이 형량이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검찰이 기소한 혐의 중 일부는 무죄가 선고된 데다, 성남도시개발공사 피해액이 특정되지 않아 형량이 무거운 배임죄(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가 아닌 업무상 또는 형법상 배임죄가 적용된 탓이다. 검찰 구형량보다 높은 형량을 받은 사람은 2명 뿐이다. 검찰의 처벌 의지에 따라 2심 판단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항소심 주체는 검찰이 아니라 피의자들이어서 형량이 1심과 같거나 낮아지는 방향으로 재판은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대장동 사건은 단순히 성남도시개발공사와 민간업자 간 유착 비리에 끝나는 사안이 아니다. 민간업자가 수천억 원이라는 천문학적 이익을 취할 수 있도록 사업 설계에 적극 개입했거나 묵인한 의혹이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재명 대통령에게까지 이어진다. 이 대통령의 5개 재판 중 하나가 이것이다. 대장동 일당 사건 1심 재판부는 이 대통령의 유무죄를 판단하지는 않았지만 ‘수뇌부’의 승인 하에 이루어졌다는 점을 적시하고 있다. 대장동 일당 재판 결과에 이 대통령 재판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법무부가 검찰에 항소 포기를 종용했다면 특정 민간인이 아니라 대통령을 비호하기 위해 공권력을 동원한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항소권의 전결 권한은 서울중앙지검장에게 있다. 법무부와 대검 핑계를 대며 사의를 표명했지만 구차해 보이는 이유다. 이 대통령은 검찰의 기계적 항고 관행에 제동을 건 바 있고, 여당은 배임죄를 아예 폐지하려고 한다. 명분은 무분별한 검찰권이나 형벌권으로부터 국민 보호다. 그러나 하필 1호 수혜자가 대장동 일당이고 이 대통령이라는 게 문제다. 검찰이 최고권력자 관련 수사에 약한 모습을 보인 게 한 두 번 아니지만, 이번처럼 노골적인 경우는 없었다. 검찰에 국가형벌권의 실행·집행자 권한을 맡긴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