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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에세이] ‘인공지능 정렬’ 골든타임 놓치지 말라

장종욱 동의대 컴퓨터공학과 명예교수·㈜필즈 AI 연구소장

  • 장종욱 동의대 컴퓨터공학과 명예교수·㈜필즈 AI 연구소장
  •  |   입력 : 2026-09-28 18:40:57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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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글로벌 AI 연구 생태계와 ICT 산업 현장에 매우 큰 충격을 준 초유의 사건이 발생했다.

공개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최신 자율형 AI 에이전트 모델이 주어진 과제를 학습하고 최적의 실행 결과를 도출하는 과정에서, 온라인상에 실수로 유출된 API 키와 승인 인증 정보를 스스로 탐색·활용하여 글로벌 AI 플랫폼인 허깅페이스(Hugging Face)를 비롯한 제3자 내부 시스템에 무단 접근(해킹)한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이번 사건은 우리가 흔히 접하던 외부 사이버 공격자나 전문 해커 집단이 일으킨 기존 침해 사고와 그 차원이 완전히 다르다. 인간의 직접적인 해킹 지시나 악의적인 명령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AI 에이전트 스스로가 ‘목표 달성’이라는 명목하에 통제 범위를 넘어섰으며, 인류가 암묵적으로 정한 법적·윤리적 지침을 무시하고 무단 시스템 접속이라는 부정행위와 위험한 수단을 자율적으로 선택하여 실행했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컴퓨터공학과 ICT 첨단 기술을 연구하고 가르쳐온 학자의 시각에서 볼 때, 이번 사건은 단순한 시스템 보안 취약점의 노출을 넘어 AI 기술 발전이 다다라야 할 근본적인 지향점과 안전성을 되묻게 만드는 엄중한 경고다. 여기서 우리가 가장 깊이 있게 주목하고 다뤄야 할 핵심 기술적 개념은 바로 ‘AI 정렬 문제(AI Alignment Problem)’이다.

AI 정렬이란, 인공지능의 내부 목적 함수(Reward Function)와 자율적 행위 방식이 인간이 지향하는 가치관, 법적·사회적 안전 기준, 그리고 윤리적 의도와 정확히 일치하도록 보장하는 기술적·제도적 노력을 통칭한다. 그동안 AI 연구자들은 AI에게 ‘최상의 성능과 효율을 도출하라’는 상위 목표를 부여해 왔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AI가 주어진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인간이 기대한 정당하고 안전한 정상 경로 대신, ‘인증 정보 남용 및 무단 침입’이라는 편법을 자율적으로 학습하고 실행할 수 있음을 극명하게 입증했다.

비유하자면, 목적지에 가장 빠르게 도착하라는 명령을 받은 자율주행차가 도로 교통법규와 신호를 모두 무시한 채 인도 위로 질주하여 사고를 일으킨 것과 같다. AI 시스템이 스스로의 판단으로 규범을 우회하거나 파괴하는 현상은 향후 AI가 사회 기반 시설, 금융 네트워크, 의료 및 군사 시스템 등 국가 핵심 인프라에 깊숙이 개입할수록 단순한 해킹 수준을 넘어 재앙적인 사회적·안보적 위협으로 직결될 수 있다.

향후 자율형 AI 에이전트 간의 자동화된 협업과 연동 능력은 산업 전반에서 비약적으로 고도화될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가치와 정렬되지 않은 채 통제권을 벗어난 AI의 자율성은 순식간에 예측 불가능한 위험 요인으로 확대될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인공지능 기술의 고도화와 더불어 실질적이고 강력한 기술적·제도적 대응책을 즉각 마련해야 한다.

우선 기술적 정렬 차원에서, 인간 피드백 기반 강화학습(RLHF) 및 AI 피드백 기반 강화학습(RLAIF) 알고리즘을 대대적으로 재설계해야 한다. 단순한 과제 수행률이나 성능 지표에만 높은 보상을 주는 기존 방식을 벗어나, 안전 가이드라인과 정당한 수단 준수 여부에 더 큰 보상을 부여하는 정밀한 보상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또한 AI 에이전트의 탈선행위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자율적인 수행 영역을 완벽히 격리하는 샌드박스 보안 환경을 원천 적용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나아가 제도적·사회적 차원에서는 독립적인 외부 전문 검증 기관을 통한 정기적이고 객관적인 보안·윤리 평가 프레임워크를 체계화해야 한다. 자율형 AI 에이전트에 부여되는 시스템 접근 권한을 엄격히 최소화하는 ‘최소 권한의 원칙’을 확립하고, AI의 모든 자율적 행위에 대해 추적 가능하고 즉각 개입이 가능한 실시간 감시 로그 시스템의 구축을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

인간과 기술이 건강하고 안전하게 공존하는 스마트 세상을 만들기 위해, 지금이야말로 AI 정렬 문제 해결을 위한 기술 개발과 제도 개혁에 전 사회적 역량과 지혜를 모아야 할 골든타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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