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아침숲길] 다름이 만들어 내는 아름다운 세상

허재택 유엔평화기념관 관장

  • 허재택 유엔평화기념관 관장
  •  |   입력 : 2026-09-29 18:52:42
  •  |   본지 1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아침 숲길을 걷다 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숲은 왜 아름다운가? 곧게 뻗은 소나무도 있고, 굽은 가지를 가진 나무도 있다. 넓은 잎의 참나무 곁에는 이름 모를 풀꽃이 피고, 바위틈에는 작은 이끼가 조용히 자란다. 어느 것 하나 같은 모습이 없지만, 서로 다르기 때문에 숲은 오히려 깊고 아름답다.

사람이 살아가는 세상도 이와 다르지 않다. 똑같은 얼굴을 가진 사람이 없고, 똑같은 생각과 경험을 가진 사람도 없다. 우리는 서로 다른 가정에서 태어나 서로 다른 시간을 살아오며, 저마다의 기쁨과 상처, 꿈과 기억을 품고 살아간다.

그런데도 우리는 때때로 나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상대를 판단한다. 자신의 생각을 기준으로 삼아 다른 생각을 틀렸다고 말한다. 그러나 조금만 걸음을 늦추고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다. 다름은 틀림이 아니라 존재의 본질이다. 사람은 누구나 하나의 작은 우주다. 겉모습은 비슷해 보여도 그 마음속에는 누구도 대신 살아 줄 수 없는 자기만의 시간이 흐르고 있다. 그래서 한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은 하나의 우주를 이해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왜 저 사람은 나와 다를까?”라고 묻기 전에 “무슨 삶을 살아왔기에 저렇게 생각하게 되었을까?”라고 물어보면 어떨까?

그 순간 우리의 눈이 조금 달라진다. 판단보다 이해가 먼저 오고, 비난보다 귀 기울임이 먼저 찾아온다. 이해는 지식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존중에서 시작된다. 음악도 그렇다. 오케스트라의 아름다움은 모든 악기가 같은 소리를 내기 때문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바이올린의 섬세한 선율과 첼로의 깊은 울림, 플루트의 맑은 소리와 타악기의 웅장한 울림이 서로 다르면서도 하나의 음악 안에서 어우러질 때 비로소 감동이 태어난다.

인간 사회도 하나의 오케스트라와 같다.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한다면 갈등은 줄어들지 모른다. 그러나 새로운 생각도, 창조도, 변화도 사라질 것이다. 인류의 문명은 언제나 기존 생각과 다른 질문을 던진 사람들에 의해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갔다. 그러므로 다름은 혼란의 원천이 아니라 창조의 씨앗이다.

물론 다름을 존중한다는 것은 모든 생각을 옳다고 인정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신념을 지키면서도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야 한다. 내가 옳다고 믿는 순간에도 혹시 내가 틀릴 수 있다는 겸손을 품어야 한다. 마음의 문은 바로 그 작은 겸손에서 열린다.

오늘날 우리는 인터넷과 인공지능을 통해 세상 어느 곳과도 빠르게 연결된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마음과 마음의 거리는 더 멀어질 때가 있다. 작은 차이가 갈등이 되고, 생각의 차이가 서로를 나누는 벽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상대를 이기는 능력이 아니라 상대를 이해하는 능력이다. 말하는 기술보다 듣는 지혜가 필요한 시대다.

돌이켜보면 나를 가장 크게 성장시킨 사람도 나와 똑같은 사람이 아니었다.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 내가 보지 못했던 세상을 보여준 사람, 때로는 내 생각에 질문을 던졌던 사람들이 나의 좁은 시야를 넓혀 주었다. 우리는 서로의 다름을 통해 성장한다. 다름을 두려워하지 말자. 다름은 벽이 될 수도 있지만 창문이 될 수도 있다.

창문을 열면 내가 알지 못했던 또 하나의 세계가 보인다. 넓은 들판의 꽃들은 장미를 부러워하지 않는다.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의 빛과 향기를 내면 그것으로 충분히 아름답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다른 사람을 닮으려고 애쓰기보다 자신의 고유한 빛을 발견할 때 가장 아름답다. 서로 다른 빛깔의 꽃들이 하나의 정원을 이루듯, 우리도 각자의 모습으로 살아가면서 서로의 존재를 더욱 빛나게 해 주었으면 좋겠다. 다르기 때문에 아름답고, 다르기 때문에 함께해야 한다. 세상은 하나의 색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서로 다른 우리가 함께 그려 갈 때 비로소 아름다운 세상이 완성된다.

아침 숲길을 다시 걷는다. 나무 사이로 햇살이 내려오고, 서로 다른 잎들이 바람에 흔들린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니가 치면 나도 친다…프로야구 막판에 안타왕 쟁탈전
  2. 2조경태, 9일 봉하마을서 盧 참배…與 사하을 기초의원들 “복당 반대”
  3. 3양산선 개통 코앞인데…인력 충원 없다
  4. 4전재수 “2028년 G20 정상회의 유치 도전”(종합)
  5. 5부산 복덩이 ‘부캉이’ 대선소주 모델됐다(종합)
  6. 6성장이냐 쇠퇴냐…부산이란 도시 운명은 이것에 달렸다
  7. 7동백전 캐시백 상향해 상권 온기…부산형 청년사다리 박차
  8. 8골목길 외국어로만 채운 간판 15개…위법입니다
  9. 9부산 기관장 후보 김태호·김명수, 시의회 인사청문서 부적격 판정(종합)
  10. 10부산이 대륙 끝? 지도 돌려보면 북극항로 시작점
  1. 1조경태, 9일 봉하마을서 盧 참배…與 사하을 기초의원들 “복당 반대”
  2. 2부산 기관장 후보 김태호·김명수, 시의회 인사청문서 부적격 판정(종합)
  3. 3김희정 의원 ‘대주주 회생동의 촉구’ 국제신문 농성장 찾아 응원
  4. 4“여야 협치로 市 조직개편·추경 성과…다음은 민생·PK 초광역”
  5. 5박형준, 퇴임 후 첫 공개 행보… 총선엔 “아직 생각 없다”
  6. 6부산시의회, 교통공사·시설공단 대표 후보 ‘부적격’ 의견
  7. 7인천 해수욕장서 北유실지뢰 54일만에 또 발견.. "안전 유의"
  8. 8‘빈총경계’ 前 1군단장, 국감장서 “대비태세 문제 없었다” 주장
  9. 9[속보] 진영승 합참의장 “MDL 지뢰 폭발 사건은 ‘도발’…北 정권 행위 강력 규탄”
  10. 10암살자(들)·北 지뢰 여야 충돌…JYP ‘K-팝 축제 특혜’ 반박(종합)
  1. 1부산 복덩이 ‘부캉이’ 대선소주 모델됐다(종합)
  2. 2산은 회장 “통합 LCC 본사 부산행 결정 땐 적극 지원”
  3. 3전재수 “가덕 공사비 증액 법 개정 조속 통과…소급적용도 추진”
  4. 4부산 찾은 외국인 올 1~8월 343만 명 돌파…프랑스 관광객 작년보다 111%↑
  5. 5[뉴스 분석] 수도권, 가덕신공항 또 트집…국책사업 발목 자성 촉구 목소리(종합)
  6. 6태웅, 1년 갈등 ‘봉합’…노사정 상생협약 체결
  7. 7부산항 오는 배 위치 실시간 확인
  8. 8지자체 ‘비상금’ 3년새 반토막…국고사업 매칭비는 23% 늘어(종합)
  9. 9[증시와이드] 실적 유지·턴어라운드 종목 선별 접근을
  10. 10“AI 해킹범은 中 광둥성 26세” 글로벌보안기업 보고서 추정(종합)
  1. 1양산선 개통 코앞인데…인력 충원 없다
  2. 2전재수 “2028년 G20 정상회의 유치 도전”(종합)
  3. 3동백전 캐시백 상향해 상권 온기…부산형 청년사다리 박차
  4. 4골목길 외국어로만 채운 간판 15개…위법입니다
  5. 5김척수 구청장 후보자 수사 7개월째 표류
  6. 6특혜 논란에도…엘시티 투자이민제 13년 실적 고작 2건
  7. 7“크루즈 관광객 동선, 부산항서 이바구길까지 넓힐 것”
  8. 8박완수, 우주항공·SMR 기반 메가 특구 공들여
  9. 9부산 동백중 교사와 학생 “우리는 와플처럼 달콤한 사이”
  10. 10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9일
  1. 1니가 치면 나도 친다…프로야구 막판에 안타왕 쟁탈전
  2. 2AG 4개의 金 호령한 바다의 왕자…“다음은 올림픽 포디움”
  3. 3막 오른 ‘HJ중공업·동부건설 챔피언십’…최예본·한아름 공동 선두
  4. 4“핸드볼 8년 만의 아시안게임 金…맏언니로서 기뻐”
  5. 5하현승, 계약금 16억에 키움 입단
  6. 6SON A매치 최다골 대기록에도…뒤숭숭한 韓축구
  7. 7김도영 굳히기냐, 힐리어드·오스틴 뒤집기냐
  8. 8롯데, KIA에 4-12 패…8회 7실점 ‘와르르’
  9. 9롯데, 6위 탈환 사활…3위 싸움 변수로
  10. 10조코비치, 올 첫 우승 눈앞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원자력 청출어람, 스승을 가르치다
‘인공지능 정렬’ 골든타임 놓치지 말라
국제칼럼 [전체보기]
누구도 법 앞에 국민보다 ‘더 평등’할 수 없다
배지의 실력행사
기고 [전체보기]
거장은 떠나도, 오케스트라는 남아야 한다
전문대학을 소개합니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히말라야의 경고
도청도설 [전체보기]
배우 한선화
유튜브 쇼츠 정치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B형 간염 ‘바이러스 수치’에 ‘급여’ 맞춰야
‘공동선(Common Good)’으로서 간병 복지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삼전 영업익 107조 시대…미래기금 지방우대 필요하다
‘부캉이 열풍’이 던진 부산관광 활성화의 과제
세상읽기 [전체보기]
빚을 물려받는 사회
부자(富者)가 되고 싶다면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아트부산, 숫자 이후의 질문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행위별수가제와 인두제, 오해와 진실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금가락지가 땅에 떨어진 형국, 곡전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
무(武)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