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울경 교수가 신고리 5·6호기 건설 백지화를 위한 ‘탈핵 버스킹’에 나섰다.

	해운대 이벤트 광장에서 ‘탈핵버스킹’에 나선 부산대학교 안영철 교수(왼쪽)와 경성대학교 김해창 교수(오른쪽). 이민재 기자

태풍 탈림이 해운대를 뒤집어놓을 듯 했던 지난 16일 오후 5시 30분께 경성대학교 김해창 교수와 부산대학교 안영철 교수가 해운대해수욕장을 마주보고 있는 해운대 이벤트광장에 올라 섰다.

두 교수는 이날 무대에 올라 기타와 하모니카 반주에 맞춰 노래하며 부산 시민들에게 신고리 5·6호기 건설 백지화의 필요성을 환기시켰다.

“바다를 보는 것보다 중요한 일이 있습니다.” 먼저 입을 연 것은 안영철 교수였다.

	‘엄마야 누나야 탈핵살자’를 열창하는 안 영철 교수. 이민재 기자

부숴지는 파도를 보던 이들의 이목이 무대로 쏠리자 안영철 교수는 “가장 위험한 곳은 원전에서 가장 가까운 곳, 가장 먼 곳도 아니라 방심하고 있는 부산입니다”라고 말을 이어갔다.

두 교수는 ‘You raised me up’을 한 마이크에 입을 모아 부르며 사람들을 무대 앞으로 불러 모았다. 이후 김해창 교수는 체르노빌·후쿠시마 원전사고를 언급하며 “‘원전 안전 신화’는 깨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교수는 “(원전이) 그렇게 안전하면 서울에 지으면 된다. 이런 식이면 전세계 461개 원전 중 10개가 부산과 고리에 모여있게 된다”며 “경남과 울산지역을 포함해 약 380만 명이 사는 이 곳이 영구 세계 최다·최고 핵 밀집지역이 될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이어서 김 교수는 “꼬마애들을 돌볼 때도 한 명이 있는 것과 세네 명이 있는 것은 다르다”며 “원전 다수호기가 모여 있을 때의 위험성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한 김 교수는 “원안위가 건설허가 의결 전부터 4조 원을 들여 원자력 주기기를 사들였다”고 말하며 ‘신고리 5·6호기 허가의 위법성’을 지적했다.

김해창 교수는 “미래를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며 부산·울산·경남 시민들에 ‘공론화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요청하는 것으로 발언을 마무리했다.

마이크를 이어 받은 안영철 교수는 기타, 하모니카 연주를 배경으로 ‘엄마야 누나야 강변살자’를 개사한 ‘엄마야 누나야 탈핵살자’를 열창했다.

안영철 교수는 “원전이 유용하지도 안전하지도 않다”며 그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안전 문제를 지적하는 것으로 발언을 시작한 안 교수는 “원전은 크든 작든 사흘에 한 번씩 안전사고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원전은 오래 쓰면 쓸 수록, 많으면 많을 수록 더 위험해진다. 한 곳에 이렇게 많은 원전이 모여있으면 위험을 ‘더하기’ 하는 게 아니라 ‘곱하기’ 하는 것”이라며 경제성은 물론 안전하지도 않다고 덧붙였다.

또한 “서울에 원자력발전소를 지을 수 없는 것은 그곳에 값싼 땅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 원전이 지어지는 곳의 땅값은 앞으로도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하며 “만약 그 돈(원전 건설 비용)으로 다른 사업을 육성했다면 그 지역의 땅값은 지금쯤 서울의 중심에 버금가는 수준이었을 것”이라며 원전 신설이 이익을 가져오지 못함을 역설했다.

안영철 교수는 “우리는 원전이 위험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살아가고 있다”며 “내 생명이 소중하면 내 이웃의 생명도 소중하다.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에 함께 살아가는 국민들의 생명을 소중하게 여기는 그런 나라가 우리가 됐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로 연설을 마쳤다.

이날 탈핵 버스킹은 태풍의 영향으로 흐린 날씨 속에서 시작해 ‘엄마야 누나야 탈핵살자’를 부름과 함께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이날 행사를 지켜보던 시민은 자리를 떠나지 않고 행사를 끝까지 지켜봐 부울경 지방의 탈핵에 대한 관심을 방증했다.

	‘탈핵 버스킹’ 무대에서 발언하는 안영철 교수. 이민재 기자

흩날리던 빗줄기가 점차 굵어지던 그때 김해창 교수는 “원전 마피아잖아요 그래서 ‘대부’를 연주하는 겁니다”라며 이날 버스킹을 마무리하는 하모니카 연주를 이어갔다.

익숙한 노랫소리에 따라 이날 버스킹을 지켜보던 이들은 하나 둘씩 스마트폰을 꺼내 김 교수의 모습을 담기 시작했다.

김 교수와 안 교수는 ‘대부’ 연주를 마친 후 사람들의 요구에 따라 ‘따오기’연주를 마지막으로 이날 버스킹을 마쳤다.

김해창 교수는 연주를 시작하기에 앞서 “예전에는 친숙하게 보던 것 들인데, 우리 요새 따오기 못 보잖아요. 이젠 친숙해 보이는 ‘핵발전’과는 결별하고 새로운 재생에너지를 만날 수 있길 기원합니다”라며 신고리5·6호기를 비롯한 탈핵과 신재생에너지로의 도약을 기원했다.

이날 탈핵 버스킹을 지켜본 한 시민은 “가능한 많은 원전 관련 자료들이 공개됐으면 좋겠다. 일반 시민들이 어떤 위험을 겪는지 알고 싶다”며 “세계적 추세에 따라서 원전을 줄이거나 대체할 수 있는 재생 에너지 문제가 부각됐으면 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한편 오는 30일 오후 6시부터 서면 주디스태화 옆에 젊음의 거리에서는 ‘신고리 5·6호기 백지화 실현 부산시민대회’가 열릴 예정이다. 김해창 교수와 안영철 교수의 탈핵 버스킹은 이날 행사에 앞선 진행 여부를 두고 시민본부와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민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