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넘을 월(走-5)도마 조(人-7)대신할 대(亻-3)부엌 포(广-5)
俎는 조리할 때 쓰는 도마. 庖는 요리하는 부엌이다. 주방에서 제대로 식칼을 쓰지 못한다고 하여 제사를 지내는 사람이 도마를 넘어가서(越俎) 부엌에서 요리하는 사람을 대신한다(代庖)는 뜻이다. 자기에게 주어진 권리를 넘어 남의 직분이나 권한 따위를 침범하는 일을 이르는 말이다. 남의 일에 주제넘게 간섭하는 행동은 상대방을 잘 아는 사이라고 해도 심사가 좋을 리는 없다. 그래서 속담에도 '남의 제사에 감 놓아라 배 놓아라 한다', '남의 일에 흥야항야한다', '사돈집 잔치에 감 놓아라 배 놓아라 한다' 등으로 비꼬는 것이 많다.
이 당연한 성어의 유래엔 아득하게 먼 옛날의 은자 許由(허유)가 등장한다. 상고시대엔 왕위를 왕자에 물려주지 않고 현인을 찾아 물려주는 禪讓(선양)이 관례였다. 성군 堯(요) 임금이 舜(순)에게 물려주기 전 허유에게 왕위를 맡아달라고 하자 단박에 거절당했다. 새들이 숲에 깃들 때 나뭇가지 하나면 충분하고 두더지가 강물을 마셔도 제 배만 채우면 그뿐 '요리사가 제사 음식을 준비하지 않았다고 해서 제사장이 요리사의 일을 대신할 수 없소(庖人雖不治庖 尸祝不越樽俎而代之矣/ 포인수불치포 시축불월준조이대지의)'라고 말하며 箕山(기산)에 숨어들어 가 潁水(영수)에서 못들을 이야기를 들었다며 귀를 씻었다. '莊子(장자)' 內篇(내편) 逍遙遊(소요유)에 실려 전하는 이야기다. 尸祝은 제주, 樽은 술통 준.
개인 간의 사소한 일이라도 감정이 상하는 일인데 비슷한 업무를 회사의 부서나 국가기관 간에 경쟁하듯 서로 차지하려 하면 밥그릇 싸움이라 하며 지탄을 받는 정도가 아니라 업무가 심각한 차질을 빚는다. 그래서 업무 영역을 면밀하게 규정하는 것이다. 지난 주 총리 산하 인사혁신추진위원회 신설이 의결되자 인사혁신처에 청와대서 비슷한 기구까지 있어 어리둥절한 사람이 많다. 작년 말 타 부서를 끌어 모아 올해 본격 업무에 들어간 국민안전처도 존재감이 희미하니 더욱 운용에 주의를 기울여야 할 일이다.
越俎代庖가 단순히 남의 일에 간섭하지 말라는 교훈이라면 선의로 남의 일을 대신했을 때 벌까지 받게 되는 경우도 있는데 바로 越官之禍(월관지화)다. 이 말은 다음 기회에 소개하기로 한다. 越俎代庖(월조대포)는 줄여서 越俎(월조), 越俎之嫌(월조지혐)이라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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