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뼈 골(骨-0) 고기 육(肉-0) 서로 상(目-4) 남을 잔(歹-8)
뼈와 살은 떨어져서 살 수 없다. 부모와 자식은 한 몸뚱이에서 갈라져 나와 꽃과 열매처럼 떨어져 있더라도 희로애락을 함께 한다. 그래서 骨肉之情(골육지정)이란 말이 나왔다. 복잡한 인간사가 천륜대로만 되지 않아 뼈와 살(骨肉) 간에 서로 다툼(相殘)이 일어나기도 한다. 여기서 남을 殘은 잔인하다, 해치다란 뜻도 된다. 혈육 간 싸움이라도 부자보다는 경쟁 관계로 자라온 형제 사이가 다툼이 훨씬 많다. 인류 최초 살인자 카인은 동생 아벨을 죽였고 유능한 군주로 칭송받는 唐(당)과 조선의 太宗(태종)도 '왕자의 난'을 일으켜 형제의 피를 딛고서야 왕위에 오를 수 있었다. 중국 三國時代(삼국시대) 曹操(조조)의 아들 사이에 七步詩(칠보시)를 낳았던 煮豆燃萁(자두연기, 1월22일자)는 형제끼리의 다툼을 말하는 대표적 성어다.
골육상잔의 유래는 南朝(남조) 宋(송)나라 문학가 劉義慶(유의경)이 쓴 일화집 '世說新語(세설신어)' 政事(정사)편에 있다. 漢(한)나라에 陳仲弓(진중궁)이란 청백리가 한 지역의 현감으로 일할 때였다. 어느날 강도살인 사건이 발생해 현장으로 출동하던 중 한 부부가 어린애를 유기했다는 보고를 받고 수레를 그쪽으로 돌리게 했다. 부하가 살인사건을 먼저 처리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건의하자 진중궁이 대답했다. '재물을 노린 살인사건이 중하더라도 친족을 해친 일만 하겠는가(盜殺財主 何如骨肉相殘/ 도살재주 하여골육상잔)?'
롯데그룹이 경영권을 차남에게 물려준 지 7개월 여 만에 역시 잠잠히 흘러가지 못하고 대형 사고를 쳤다. 장남이 아버지를 업고 찾으려 한 총수자리는 차남의 반격으로 '一日天下(일일천하)'가 되나 했더니 재반격으로 점입가경이다. 우리나라 재계 5위인 롯데의 후계자 다툼은 10대 그룹 중 6곳이나 일어난 그대로 뒤따라갔다. 재벌그룹의 낯 뜨거운 경영권 다툼은 나눌 수 없는 권력을 두고 싸운 왕자의 난과 같다고 하지만 소유와 경영이 분리 안 된 가족기업이라 잦다고 한다.
여하튼 롯데그룹은 하루빨리 지분 배분을 마무리지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이후 경제 활성화를 위해 모두 팔을 걷어붙이는 시기의 악재가 되어서는 안 되겠다. 더군다나 신동빈 회장은 부산에서 창조경제 확산의 주역이 되도록 그룹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지원하겠다고 약속도 한 만큼 내외의 우려를 딛고 헤쳐 나가길 시민들은 바라고 있다.
언론인·한국어문한자회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