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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87> 晝言雀聽, 夜言鼠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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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7-04-14 21: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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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 주(日-7)말씀 언(言-0)참새 작(-4)들을 청(耳-16)
밤 야(夕-4)쥐 서(鼠-0)들을 령(耳-5)

사실 높은 지위에 있지도 않고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지도 않은 평범함 사람일지라도 그 행동거지가 바르지 않고 삿되다면, 오래도록 잘 숨기고 감추었다 하더라도 결국 손가락질을 받게 마련이다. 하물며 지위가 높고 권세를 얻거나 널리 명성을 떨친 사람이라면 어떠하겠는가? 그럼에도 권세와 지위를 얻기만 하면 제멋대로 해도 숨길 수 있으며 남몰래 사사로운 이익을 붙좇아도 들키지 않으리라 여기는 자들이 많다. 갖가지 부정과 부패가 끊이지 않는 것도 그 때문이다. 어리석어서 탐욕을 부리고, 탐욕을 부리니 더욱 어리석은 판단과 선택을 한다. 아무리 숨기고 감추려 한들 결코 숨길 수 없고 감추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깊이 인식하고 있다면, 과연 권세와 지위를 남용하려 들까?

'牧民心書(목민심서)'의 '律己(율기)'에 다음 이야기가 나온다. 茶山(다산)이 직접 경험한 일이라 한다.

참판 柳誼(유의)가 洪州(홍주) 목사로 있을 때, 나는 金井驛(금정역)의 察訪(찰방, 각 도의 역참 일을 맡아 보던 종6품의 문관 벼슬)으로 있었다. 편지를 보내 公事(공사)를 의논했으나, 답이 없었다. 나중에 홍주에 가서 만나 "왜 답서를 주지 않았소?" 하고 물으니, 유공이 대답했다.

"나는 벼슬살이할 때, 본래 편지를 뜯어보지 않소." 그러고는 侍童(시동)을 불러 편지 상자를 쏟아 내리게 하니, 상자 안에 가득 편지가 하나도 뜯기지 않은 채 있었다. 대부분 조정의 귀인들이 보낸 편지였다. 내가 말했다.

"그건 참으로 옳은 일이지만, 나는 공사를 말한 것이었는데 어찌 펴보지 않았소?"

"만일 공사에 속하는 것이라면 왜 공문으로 보내지 않았소?"

"마침 그것이 비밀스런 일이었소."

"만일 비밀이었다면 왜 비밀히 공문으로 보내지 않았소?"
그가 이렇게 말하니, 나는 대답할 말이 없었다. 그가 사사로운 청탁을 끊어버리는 것이 이와 같았다.

유의가 아예 편지를 뜯어보지 않은 것은 어떠한 빌미도 잡히지 않으려고 그런 것이다. "晝言雀聽, 夜言鼠聆"(주언작청, 야언서령) 곧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는 말처럼 아무리 은밀하게 해도 드러나게 마련이고 누군가는 알고 퍼뜨리게 되리라는 사실도 깊이 알았다. 설령 그에게 들어줄 마음이 없거나 청탁 편지가 아니더라도, 뜯어본 것만으로도 얼마든지 빌미가 될 수 있다. 이게 사람 사는 세상의 무서운 일이다. 하물며 숨기지 않고 한 말과 행동이랴!

고전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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