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드시 필(心-1)어조사 야(乙-2)하여금 사(人-6)없게 할 무(火-8)송사 송(言-4)어조사 호(丿-4)

다음은 8-1이다. "子曰: '聽訟, 吾猶人也, 必也使無訟乎!'"(자왈: '청송, 오유인야, 필야사무송호!')

"공자가 말했다. '송사를 듣고 처리하는 것은 나도 남들과 같다. 그러나 반드시 하기로 한다면, 송사가 없도록 할 것이다!'"

공자가 한 말은 '논어' '顔淵(안연)'편에 나온다. 聽(청)은 귀 기울여서 듣다, 자세히 듣다는 뜻으로, 여기서는 송사의 당사자들이 하는 말을 듣는 것이다. 訟(송)은 시비곡직을 다투다는 뜻이다. 猶(유)는 오히려, 마치 ∼와 같다는 뜻이다. 必(필)은 반드시 ∼하다, 꼭 ∼하다는 뜻이다.

다스림에는 두 개의 커다란 축이 있다. 하나는 덕과 예의고, 다른 하나는 법률과 형벌이다. 앞의 것으로 다스리면 덕치 또는 예치라 하고, 뒤의 것으로 다스리면 법치라 한다. 이로써 유가와 법가를 구분하기도 하는데, 덕이나 예의를 부정하고 오로지 법률과 형벌로써 다스려야 한다고 주장한 법가와 달리 유가에서는 이 둘 모두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한다. 위에서 공자가 한 말이나 '논어' '爲政(위정)'편에 나오는 말(<133회>에서도 언급되었다)에서도 확인된다.

"정령으로써 이끌고 형벌로써 잡도리하려고 하면, 백성들은 벗어나려고만 하고 부끄러워할 줄 몰라. 허나 덕으로써 이끌고 예의로써 잡도리하면, 부끄러워하면서 바루려 하지."

법령이나 형벌로써 백성들을 잡도리하면 백성들은 두려움을 느껴 따르기는 하겠지만, 결코 그 다스림에 만족하거나 편안해 하지 않는다. 오히려 법망을 피하려고 갖은 술수를 다 쓰는 자들이 나타나서 질서를 어지럽힌다. 겉으로는 다스려지는 듯하지만, 안으로는 재앙의 싹이 자란다. 유가는 이런 이치를 통찰하여 법령이나 형벌에 앞서 군주와 관리들이 덕으로써 이끌고 예의로써 잡도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오늘날에는 예의를 대체로 사람의 생각과 언행을 틀 지우거나 억누르는 구실을 하는 것으로 여긴다. 이는 심각한 오해다. 물론 조선 후기에 성리학자들의 관념론과 백해무익한 예송 논쟁 따위가 조선을 유연성과 융통성을 상실한 무기력한 예의지국으로 전락시켰고, 그 결과 일본에 침탈당하고 식민지가 되었으니, 어쩌면 오해가 아니라고도 말할 수 있다.

그러나 공자를 비롯한 초기 유가의 정치학에서 예의는 결코 그런 뜻으로 쓰인 적이 없으며 '대학'에서도 마찬가지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