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할 귀(貝-5)있을 재(土-3)어조사 어(方-4)나 아(戈-3)

미국의 제4대 대통령이자 정치학자로서 ‘미국 헌법의 아버지’라 불리는 제임스 매디슨(James Madison, 1751∼1836)은 신문에 기고한 글에서 “민주주의는 예전부터 항상 혼란과 쟁투의 광경일 뿐 개인의 안전이나 재산에 대한 권리와는 양립할 수 없었으며, 체제의 생존 기간이 짧았을 뿐만 아니라 죽음을 맞이할 때도 격심한 폭력에 휘말렸다”고 썼다.

민주주의는 무지한 평민이 다수를 차지하고 운영하는 정부 형태여서 불안정하고 오래가지 못한다는, 그래서 소수의 뛰어난 사람들이 대신해서 정치를 맡아야 안정된다는 뜻에서 한 말이다. 이는 엘리트 의식의 발로이며, 근대 이전의 지배 계층이 지녔던 의식과 다를 바 없다. 문제는 이런 의식을 지닌 이들이 여전히 민주주의 정치의 핵심부에 똬리를 틀고 있다는 사실이다.

행정부와 입법부, 사법부 어느 한쪽으로 권력이 쏠리지 않도록 서로 견제하면서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는 것이 삼권분립인데, 삼권이 균형을 이루고 있다 해서 국민의 자유와 권리가 보장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세 기관에 속한 이들이 엘리트 의식을 갖고 있는 한, 국민에게 주권은 없다. 오로지 ‘그들만의’ 조직이 존재할 뿐이다. 국민은 그 조직의 건재와 존속을 위한 장식품에 지나지 않는다. 그들이 동업자를 위해서 또 대기업과 부유한 소수들을 위해서 권력을 쓰는 행태를 보라.

그렇다면, 이렇게 엘리트 의식으로 무장한 자들의 횡포를 누가 저지할 것인가?

옛날 군주정 시대에는 또 다른 귀족이나 군벌이 나섰다면, 이제는 진정한 주권자가 나설 때다. 국민 또는 민중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면서 때로 하찮게 여겨지는 이들이 나서야 한다. 그저 나서서 될 일이 아니라 철저하게 자각해야 한다.

貴在於我(귀재어아)! 귀함과 천함은 나에게 달렸으며 귀함의 원천이 바로 나에게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리하여 저 엘리트 의식에 찌든 자들, 이른바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또 경제적으로 ‘지배 계급’ ‘귀족 계급’을 자처하는 자들에게 “내가 당신들만큼 훌륭하다”가 아니라 “당신들이 나만큼 훌륭하다”는 말을 해줄 수 있어야 한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