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 이(人-3)몸 신(身-0)뒤에 둘 후(彳-6)그 지(丿-3)

다음은 2-2다. “聖人之在民前也, 以身後之; 其在民上也, 以言下之. 其在民上也, 民弗厚也; 其在民前也, 民弗害也.”(성인지재민전야, 이신후지; 기재민상야, 이언하지. 기재민상야, 민불후야; 기재민전야, 민불해야)

“성인은 민중 앞에 있으나 몸을 그 뒤에 두며, 민중 위에 있으나 말을 깍듯하게 한다. 그러므로 민중 위에 있음에도 민중이 힘들어 하지 않으며, 민중 앞에 있음에도 민중이 해롭게 여기지 않는다.”

後(후)는 뒤로 미루다, 뒤에 두다는 뜻이다. 下(하)는 낮추다, 겸손하다는 뜻이다. 厚(후)는 버거워하다, 힘들어 하다는 뜻이다. ‘민불후야’의 뒤에 나오는‘민불해야’의 害(해)가 부정적인 뜻으로 쓰이므로 후는 긍정적인 뜻으로 쓰였다고 보아서 “두터운 은혜를 느끼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보는 견해도 있으나, 이를 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 앞의 後之(후지)와 下之(하지)로써 보자면, 이 문구에서는 긍정적인 뜻이 아니라 부정적인 뜻으로 쓰였다고 보는 것이 적절하다.

여기서 성인은 덕을 오롯이 갖춘 군주를 가리킨다. 역사적으로 볼 때 덕을 오롯이 갖춘 이런 군주가 재위하는 일은 매우 드물었으므로 노자를 현실을 모르는 순진한 사람 또는 헛된 꿈에서 허우적대는 사람이라 비웃을 수도 있겠다. 아닌 게 아니라 성인의 덕을 갖추지 못했으면서도 무탈하게 재위하고 편안하게 세상을 떠난 군주가 얼마나 많은가!

그저 昏君(혼군)이나 暴君(폭군)으로 떨어지지 않는 것만으로도 다행일 수 있다. 어질거나 능력이 있는 신하들이 조정에 포진해 있어 그들의 進言(진언)과 諫言(간언)에 귀를 기울일 줄만 알아도 정치는 절로 이루어질 수 있다. 한비자가 주장하듯이 법령에 정해진 대로만 하면 통치는 저절로 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과연 평범한 군주가 할 수 있는 일일까?

신하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려면 먼저 자신의 모자람을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노자가 말한 성인은 모든 것을 알고 모든 일을 할 줄 아는 사람이 아니다.

자신을 잘 알아서 함부로 앞서려 하지 않고 함부로 말하지 않는 사람일 뿐이다. 자신의 모자람을 알고 스스로 낮추는 사람일 뿐이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