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나칠 심(甘-4) 바랄 욕(欠-7)

붓다는 三毒(삼독)을 말했는데, 貪(탐)·瞋(진)·痴(치) 곧 탐욕과 성냄, 어리석음이 그것이다. 이 세 가지 독 가운데서도 가장 근원적인 것은 어리석음이다. 이 어리석음이 절제와 만족을 몰라서 탐욕을 일으키고, 탐욕을 부린다고 해서 탐욕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몰라서 성내기 때문이다. 이 어리석음을 무명(無明)이라고도 하는데, 이것이 모든 괴로움의 근본 원인인 번뇌다.

번뇌는 달리 말하면 ‘더러워진 마음’이다. 감각기관을 부추겨 갖가지 욕구나 욕망에 집착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소인들이나 중생은 이 번뇌로 괴로워하며 산다. 잡도리할 줄 몰라서기도 하고 잡도리할 마음이 없어서기도 하다. 누구나 신분이나 지위 상승을 위해 버둥질하고, 떵떵거리며 살 수 있을 만한 재물을 바라고, 남들 위에서 군림할 수 있는 권력을 탐하지 않느냐고 도리어 반문한다. 그러면서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에 깔려서 신음한다. 기본적인 욕구만 채워도 얼마든지 자유롭게 또 괴롭지 않게 살 수 있다는 것을 모른 채.

어리석음 곧 무지를 타파하지 않으면 그것은 풀무가 되어 사람의 마음이 貪欲(탐욕)으로 타오르게 한다. 이 탐욕이 欲(욕)에 담긴 두 번째 의미로, 희망이나 기원이라는 첫 번째 의미를 무너뜨린다. 아무리 성인이 되려고 또는 붓다가 되려고 고행의 길에 나섰더라도 이 욕을 다스리지 못하면 지옥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를 노자는 “罪莫厚乎甚欲”(죄막후호심욕) 곧 “죄로는 심하게 바라는 것보다 무거운 게 없다”라고 표현했던 것이다.

甚(심)은 金文(금문)에서 화덕에 솥과 같은 그릇을 올려놓고 불을 때서 끓이는 꼴로 나온다. 적당한 불길로 알맞게 익히거나 끓여야 하는데, 지나치게 불을 때서 익히거나 끓인 것이 바로 심이다. 그리하여 심하다, 지나치다는 뜻으로 쓰인다. 얼마나 절묘한가! 알맞게 기본적인 욕구나 채운다면, 무탈하게 살아갈 수 있고 아무런 죄도 짓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그 욕구를 잡도리하지 못하면 탐욕의 불길로 타올라 솥을 태우고 그 내용물을 졸이듯 사람의 몸을 태우고 마음을 졸여버릴 것이다. 자신을 이토록 괴롭히니, 이보다 더한 죄가 어디 있겠는가!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