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릴 양(手 - 9)끓인물 탕(水 - 9)그칠 지(止 - 0)끓을 비(水 - 5)

‘문자’ ‘上禮(상례)’에서는 “揚湯止沸, 沸乃益甚. 知其本者, 去火而已.”(양탕지비, 비내익심. 지기본자, 거화이이) 곧 “끓는 물로써 끓음을 그치게 하려 하면, 끓음은 더욱더 심해진다. 그 뿌리를 아는 이는 불을 없앨 따름이다”라고 했다.

얻고 싶은 것을 얻고 가지고 싶은 것을 가지면 만족할 것도 같은데, 기실은 그렇지 않다. 욕심대로 되지 않아서 포기하거나 실망하는 것은 곧잘 하면서도 만족은 잘하지 못한다. 가끔 만족스런 결과를 얻더라도 도리어 더 큰 욕심을 낸다. 그 또한 채워지리라 생각해서. 그런 심리를 교묘하게 이용하는 곳이 강원랜드 같은 카지노 아닐까?

앞서 말한 ‘끓는 물’은 탐욕의 대상을 가리킨다. 끓는 물에 또 끓는 물을 더하니, 그 물이 식겠는가? 아궁이의 불을 꺼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러나 탐욕에 눈이 먼 사람은 本末(본말)을 알지 못한다. 뿌리를 없애려 하지 않고 고작 대상을 보지 않으려고 눈만 질끈 감는다. 그런다고 제 속에서 타오르는 불길이 사그라지는가?

물론 탐욕의 불길은 끄기 어렵다. 끊임없이 수행하고 일상에서 거듭거듭 실천해야만 간신히 탐욕을 가라앉히고 마음을 맑고 고요하게 지닐 수 있다.

이 정도면 成佛(성불)이다. 참으로 그렇다! 성불이 이처럼 별 것 아닐 수 있다는 데서 우선 놀랍기도 하겠지만, 이 별 것 아닌 것을 이루기가 그토록 어렵고 힘들어서 성불한 이가 매우 적다는 사실에서도 뜻밖일 것이다. 그만큼 욕망을 끊거나 버리기가 어렵다는 뜻이리라.

노자는 “禍莫大乎不知足”(화막대호불지족) 곧 “재앙으로는 만족할 줄 모르는 것보다 큰 것이 없다”고 말했다. 좀 섬뜩하고 무섭다! 모든 사람이 꺼리는 것이 재앙인데, 재앙 가운데 재앙이 바로 ‘만족할 줄 모르는 것’이라고 했으니. 그러나 이는 핵심을 찌른 한마디다. 만족할 줄 모르는 마음이 끓는 물에 다시 끓는 물을 더 붓게 하기 때문이다.

물론 끓는 물에 끓는 물을 부어 끓는 물이라도 넘치게 한다면, 그 밑에서 타오르는 불이 꺼질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불이 꺼진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죽은 것이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