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닐 불 (一-3) 가히 가 (口-2) 써 이 (人-3) 군사 병 (八-5) 억누를 강 (弓-9)

노자는 “도로써 다스리는 군주는 군대로써 천하를 억누르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는 아무리 막강한 군대가 있어도 힘으로는 결코 천하를 얻지 못한다는 뜻이다. 달리 말하면, “不可以兵强於天下”(불가이병강어천하) 곧 “군대로써 천하를 억누를 수 없다”는 것이다.

전 세계인들이 염려와 불안의 시선으로 맞았던 평창 겨울올림픽은 기대 이상의 대성공을 거두며 막을 내렸다.

올림픽을 통해 위기가 고조되었던 한반도에 봄기운이 만연해졌으니, 북미 관계가 개선되고 마침내 이번 달 27일에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게 된 것이다.

2000년 6월 13일부터 15일까지 평양에서 남북정상회담이 있었고,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6·15 남북공동성명을 발표했다. 그리고 2007년 10월 2일부터 4일까지 또 한 차례 남북정상회담이 평양에서 열렸다.

이때 노무현 대통령은 걸어서 군사분계선을 넘어 평양으로 갔다. 그리고 10년이 훌쩍 지난 2018년에 다시 남북정상회담이 열린다. 그러나 이번 회담은 고조되던 위기 속에서 일구어낸 것이라 의미가 사뭇 다르다.

2008년에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면서 남북 관계는 다시 경색되었다. 특히 2010년의 천안함 사건은 남북 사이에 긴장을 고조시켰다. 2011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죽으면서 북한 정권 또한 불안정했다. 이윽고 2016년 1월 6일에 4차 핵실험을 감행한 북한은 9월 9일에 5차 핵실험을, 2017년 9월 2일에는 6차 핵실험을 단행하여 전쟁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전 세계에 보여주었다. 특히 2017년 7월 4일과 28일에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일은 미국의 신경을 곤두서게 만들었다.

그런데 2018년의 평창 겨울올림픽을 앞두고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이 결성되고, 올림픽 개막식에서 남북한 선수들이 공동 입장하게 되었다.

더 나아가 김정은의 동생 김여정이 포함된 북한 고위급 대표단이 개막식에 참석함으로써 남북한에 온기가 돌고 북미 관계도 일변하기 시작했다. 이는 “군대로써 천하를 억누를 수 없다”는 이치를 북한에서도 받아들이고 있는 것 아닐까?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