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 사(口-2),들 거(手-14)제후 공(八-2)자손 손(子-7)넘칠 연(行-3)

‘전국책’에 있는 이야기 한 토막이다. 때는 기원전 322년, 史擧(사거)가 魏(위)나라 惠王(혜왕) 앞에서 공손연(公孫衍)을 헐뜯었다. 공손연이 여러 차례 위나라를 위해 모략을 꾸며 큰 공을 세우고 신임을 받게 되었으므로 헐뜯었던 것이다. 가만있을 공손연이 아니었다. 사거를 궁지로 몰아넣을 생각으로 위나라 상국으로 있는 張儀(장의)를 찾아갔다. 장의는 전국시대 대표적인 모사꾼으로, 서쪽 秦(진)나라를 위해 다른 나라들의 제후를 찾아가 진나라와 손을 잡으라는 連衡(연횡)을 주장했던 인물이다. 그가 위나라에서 재상으로 있게 된 것도 그 뛰어난 언변으로 혜왕을 잘 구워삶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애초 혜왕이 장의를 재상으로 삼으려 했을 때, 매우 마뜩잖게 여기며 장의를 몰아낼 궁리를 했던 인물이 공손연이었다. 그런 그가 이제 사거를 내몰기 위해 장의를 찾아간 것이다. 공손연은 이렇게 말했다.

“왕께서 선생에게 나라를 물려주겠다는 말을 하도록 만드시오. 그렇게 되면 왕은 堯(요)와 舜(순)이 됩니다. 그리고 선생이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선생은 許由(허유)가 됩니다. 그러면 저는 왕에게 1만 호의 성읍을 선생에게 하사하도록 청하겠습니다.”

당시 제후들은 고대의 聖君(성군)인 요나 순과 같은 군주라는 명성을 얻고 싶어 했다. 요와 순은 본래 왕과 신하의 관계였는데, 요는 늙자 자신의 아들이 아니라 사위인 순에게 왕위를 넘겨주었다. 피붙이가 아닌 현명한 인물에게 정권을 물려주는 것, 이것이 이른바 禪讓(선양)이다. 그런데 이에 앞서 요는 먼저 은자인 허유를 찾아가 그에게 양위하려 했다. 그러나 허유는 “더러운 소리를 들었다”며 흐르는 물에 귀를 씻으며 사양했다.

모략과 술수에 뛰어난 장의라면 혜왕을 잘 구슬려서 요처럼 양위하게 만드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장의는 즉각 사거를 시켜 자주 공손연을 찾아가게 했다. 혜왕은 사거가 자신 앞에서는 공손연을 헐뜯고는 자주 공손연을 찾아가는 것을 알고는 이내 사거를 불신하게 되었다. 군주의 불신은 곧 위험 신호였다. 내침을 당하거나 죽임을 당할. 사거는 하직 인사도 없이 슬그머니 위나라를 떠났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