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낼 과 (木 - 4)어조사 이 (而 - 0)아닐 불 (一 - 3)억지로 할 강 (弓 - 9)

노자가 말한 조용하다는 것은 감각기관이 바깥 사물에 끄달리지 않고 휘둘리지 않아서 차분한 것을 뜻하며, 욕심이나 탐욕이 일어나지 않는 상태를 가리킨다. 욕심이 일어나지 않으니 억지로 할 게 없다. 일이 있다고 해도 욕심이 없으므로 그저 실정에 맞게 할 뿐이며, 부질없고 쓸데없는 짓은 하지 않는다. 대개 인간사가 복잡하고 세상사가 요지경이라고 하는 것은 모두 부질없고 쓸데없는 것들이 얽히고설켜서 그렇다.

할 일만 형편에 따라 알맞게 하기만 하면, 남의 꼬임에 넘어갈 일도 없고 헤맬 일도 없으며 헷갈릴 일도 없다. 이것이 피드백되어서 본래 타고난 좋은 바탕을 그대로 좇아서 참됨을 지킨다. 이러할진대 무슨 변고가 생길 것인가. 복잡한 듯하지만 간단하고 소박하다. 아니, 이게 말이 쉽지, 실제로도 그렇게 쉽냐? 어렵다고 생각하면 어렵고, 쉽다고 생각하면 쉽다. 그런데 참으로 중요한 것은 생각하는 일이 아니라 실제로 하는 일이다. 그저 할 뿐이다.

이미 노자가 말하지 않았는가, “善者果而已”(선자과이이). 잘하는 자는 그저 해낼 뿐이고, 좋은 것은 그저 할 뿐!

이렇게 그저 해낸 사람, 그저 할 뿐인 사람은 해내더라도 자랑하지 않으며, 우쭐하지 않으며, 뽐내지 않는다. 왜? 남에게 보여주려고도 하지 않았고 남을 의식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해야 하므로 했고, 할 만해서 했을 뿐이다. 해야 할 때가 되어서 했고, 그렇게 해야 하므로 그렇게 했을 뿐이다. 물이 흐르듯이 일이 되어가는 대로 결대로 했을 따름이다. 이를 두고 “果而不强”(과이불강) 곧 “해내면서 억지로 밀어붙이지 않는다”고 한 것이다.

억지로 밀어붙이지 않는 것은 자신을 잘 알고 상황과 대상까지 잘 파악하고 있어야 가능하다. 물론 이에 앞서 욕심이 없어야 한다. 욕심이 있으면, 자신을 알고 상황과 대상까지 파악했더라도 무리한 짓을 일삼고 패착을 두게 된다. 냉철한 판단도 단호한 결정도 욕심을 좇는 순간, 이미 뒤틀리기 시작한다. 욕심은 중력과 같기 때문이다. 아무리 빠른 빛도 중력으로 말미암아 휘어지듯이 아무리 똑똑한 머리에 냉정한 가슴을 지녔더라도 욕심이 있으면 모든 것을 왜곡한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