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깊을 심(水-8)아닐 불(一 -3)할 수 있을 가(口-2)알아볼 식(言-12)

達(달)은 이르다, 두루 미치다, 꿰뚫다는 뜻이다. 통행본 ‘도덕경’ 15장에서는 달 대신에 ‘通’(통)을 쓰고 있는데, 뜻은 비슷하다. 흥미롭게도 세속에서 높은 지위를 얻고 이름을 드날린다는 뜻의 顯達(현달)과 소리는 같으나, 뜻은 사뭇 다르다.

玄達(현달)은 맹렬하게 그러나 고요하고 차분하게 수행하거나 공부해서 이치의 세계를 꿰뚫어 높은 경지에 이르는 것으로, 그 경지는 안에 갈무리되어 있고 밖으로는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그래서 대부분 사람은 그가 이른 경지를 짐작하거나 알아채기 어렵다.

微妙(미묘)가 앞서고 玄達(현달)이 뒤에 이어지나, 뜻은 현달을 먼저 새겨야 알맞다. 옛날의 훌륭한 선비는 그윽하게 꿰뚫거나 그윽한 경지를 꿰뚫었는데, 이 경지가 아련하고 야릇하다. 그래서 범부나 속인은 그런 선비를 만나더라도 거의 알아보지 못하며, 설령 무언가 다름을 느끼더라도 왜 그런 느낌이 드는지 좀체 헤아리지 못한다. 이를 두고 “深不可識”(심불가식) 곧 “그 깊이를 가늠할 수 없었다”고 말한 것이다.

도대체 그 훌륭한 선비는 어떻게 행동하기에 그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가? 다음 5-2에 나온다. “是以爲之容: 豫乎若冬涉川! 猶乎其若畏四隣! 嚴乎其若客! 渙乎其若釋! 屯乎其若樸! 沌乎其若濁!”(시이위지용: 예호약동섭천! 유호기약외사린! 엄호기약객! 환호기약석! 준호기약박! 돈호기약탁!)

“이런 까닭에 그 모습을 굳이 말하자면 이러하다. 머뭇거리네, 겨울에 살얼음 낀 내를 건너듯이! 사리는구나, 사방을 두려워하는 듯이! 든직하구나, 마치 손님처럼! 누그러지네, 얼음이 풀리는 것처럼! 두텁구나, 통나무처럼! 뒤섞여 있구나, 흐린 물처럼!”

豫(예)는 조심하면서 머뭇거린다는 뜻이다. 涉(섭)은 건너다는 뜻이다. 猶(유)는 몸을 사리다는 뜻이다. 畏(외)는 두려워하다는 뜻이다. 嚴(엄)은 삼가며 점잖게 행동하는 것으로, 든직하다는 뜻이다. 渙(환)은 흩어지다, 누그러지다는 뜻이다. 釋(석)은 풀리다는 뜻이다. 屯(준)은 단단하다, 두텁다는 뜻이다. 樸(박)은 통나무를 뜻한다. 沌(돈)은 막히다, 뒤섞이다는 뜻이다. 濁(탁)은 흐리다는 뜻이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