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랄 욕(欠-7)아닐 불(一 -3)

다음은 ‘죽간본’ 6-3이다. “聖人欲不欲, 不貴難得之貨; 敎不敎, 復衆之所過. 是故聖人能輔萬物之自然, 而弗能爲.”(성인욕불욕, 불귀난득지화; 교불교, 복중지소과. 시고성인능보만물지자연, 이불능위)

“성인은 바라지 않기를 바라므로 얻기 어려운 재화를 귀하게 여기지 않고, 가르치지 않음을 가르치므로 뭇 사람이 지나친 것을 되돌린다. 이러하므로 성인은 온갖 것들이 스스로 그러하도록 거들어줄 뿐 잘하게 부추기지 않는다.”

復(복)은 돌아오다, 돌려보내다는 뜻이다. 過(과)는 지나다, 지나치다는 뜻인데, 일정한 정도를 넘어서는 것 또는 알맞음을 벗어나는 것을 이른다. 輔(보)는 돕다, 거들다는 뜻이다. 能(능)은 잘하다는 뜻이다.

이미 여러 차례 ‘聖人(성인)’이라는 용어가 나왔다. 여기에도 나오는데, 그 의미가 단순히 뛰어난 덕성을 갖춘 사람, 유가에서 말하는 仁(인)의 실천자를 가리키는 것 같지 않다. 노자에게 성인은 통치자 곧 제왕을 가리키는 말이기 때문이다. 앞서 나온 ‘죽간본’의 내용들, 특히 2-2(<40>)의 “성인은 민중 앞에 있으나 그 몸을 뒤에 두며, 민중 위에 있으나 그 말을 깍듯하게 한다. 그러므로 민중 위에 있음에도 민중이 힘들어 하지 않으며, 민중 앞에 있음에도 민중이 해롭게 여기지 않는다”는 말을 떠올려보면, 한결 분명해질 것이다. 요컨대 이 ‘죽간본’에서 노자는 제왕으로서 성인, 帝王學(제왕학)으로서 도를 말하고 있다. 후대에 성리학자들은 군주의 학문을 聖學(성학)이라 했는데, 그 토대와 사상은 매우 다르다.

노자는 道(도)를 내세우면서 그 속성을 ‘自然(자연)’ 곧 ‘저절로 그러함’이라 보았다. 이 ‘자연의 길’이 노자의 통치술이고 노자 제왕학의 핵심이다. 그렇다면, 이 ‘자연’과 가장 대비되는 것은 무엇일까? 이 6-3에 바로 보인다. 欲(욕)과 敎(교)다. 탐욕과 교육을 가리킨다. 노자는 이 두 가지가 천하를 혼란으로 몰아가는 주범이라 생각했다. 왜냐고? 탐욕은 억지를 부리는 마음이고, 교육은 억지로 닦달하는 짓이기 때문이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