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을 량(艮-1)잘할 능(肉-6)알 지(矢-3)

노자는 말하지 않는 가르침인 不言之敎(불언지교), 가르치지 않는 가르침인 不敎之敎(불교지교)를 말했다. 이러한 가르침은 민주주의 시민을 기르기 위한 근본적인 명제다. 시민은 그 자신이 주체적으로 생각하고 말하며 행동하는 존재여야 하고 또 그런 능력을 타고난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런 인식이나 확신이 없다면, 민주주의는 실현되기 어렵다. 민주주의의 교육은 바로 이런 인식과 확신을 심어주는 일이어야 하는데, 과연 지금 한국의 교육이 그런 일을 감당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최근의 교육감 선거에서 후보자마다 교권과 학생 인권을 바로 세우겠다는 공약을 한 것은 그동안 한국의 교육이 잘못되어 왔다는 반증이다. 가령, 교사의 권위가 무너진 것은 교사 스스로 가르칠 자격을 갖추지 못하고 교사로서 확신을 갖지 못한 탓이다. 권위는 남이 세워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세우는 것이다. 누가 권위를 세워준단 말인가? 만약 남이 세워주는 것이라면, 교사는 자율성도 자발성도 결여된 존재란 말인가? 그런 존재가 다른 사람의 인격과 삶에 영향을 주는 교육을 담당한다고?

민중은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주체가 되기에 부족하다는 인식을 전제로 한 사상이 법가 사상이다. 법가에서 상을 후하게 주는 重賞(중상)과 벌을 무겁게 내리는 重刑(중형)을 강조한 것은 그래야만 민중이 통치자를 따르고 다스려진다는 인식 때문이다. 법가에서 교육이나 교화를 거론하지 않고 법과 제도를 중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얼핏 노자의 불언지교나 불교지교와 비슷한 듯 보이지만, 그 전제가 아주 다르다.

노자와 법가 사상가 사이에 유가 사상가가 있는데, 그 가운데서도 맹자와 순자는 좀 다르다. 먼저 맹자는 “人之所不學而能者, 其良能也; 所不慮而知者, 其良知也”(인지소불학이능자, 기양능야; 소불려이지자, 기양지야) 곧 “사람이 배우지 않고도 잘하는 것은 ‘타고난 능력’이고, 생각하지 않아도 아는 것은 ‘타고난 지혜’다”라고 말했다. 누구나 배우지 않고도 알 수 있고 잘할 수 있는 양능과 양지를 타고난다고 했으니, 이는 노자의 사유와 가깝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