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없을 무(亠-1)이름 명(口-3)의 지(丿-3)통나무 박(木-12)

그리스 신화에 아킬레우스가 나온다. 그는 트로이전쟁의 영웅이면서 ‘일리아드’의 중심인물이자 탁월한 전사였다. 바다의 여신 테티스와 인간 펠레우스 사이에서 태어난 半神半人(반신반인)인데, 어쩌면 이는 신인 듯 신이 아닌 인간 존재의 이중성을 표상하는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아킬레우스의 능력과 결함을 보면, 그 점이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테티스는 아킬레우스를 저승의 스틱스강에 담가 ‘무적의 몸’으로 만들었다. 그런데 그녀가 잡고 있었던 발목 부분은 강물에 닿지 않아서 발목 뒤 힘줄은 언제든지 상처를 입을 수 있는 약점으로 남았다. 흔히 말하는 ‘아킬레스건’이 이것이다.

현자 케이론에게서 학문과 무술을 익힌 아킬레우스는 강인하고 탁월한 전사가 되었다. 그는 트로이전쟁에 참가하여 혁혁한 공을 세우며 영웅이 되었으나, 결국 파리스의 화살을 맞고 전사했다. 약점인 아킬레스건에 화살을 맞았던 것이다. 반신반인인 아킬레우스조차 약점이 있어 허망하게 무너지는데, 하물며 평범한 사람임에랴!

어쩌면 평범하기 때문에 쉽게 욕심을 내고 조그만 공적에도 잘난 체하며 오만하게 구는 것이 아닐까? 뛰어난 사람이라면 아무리 작은 욕심이나 뽐냄도 화근이 된다는 이치를 알고 또 잊지 않을 터이니, 늘 제 마음에서 욕심이나 오만이 싹트지 않도록 삼가지 않을까? 그런데 우리는 높은 지위를 차지하거나 거대한 부를 쌓은 사람, 천하에 이름을 드날린 사람을 뛰어나다고 여기고 그들을 부러워하며 따르려 한다. 그뿐만 아니라 그런 사람을 본받아 큰 욕심을 가져야 한다고, 또 성공한 사람은 오만할 수도 있다고 여기기까지 한다. 노자는 그런 사람들에게 일침을 놓는다. “將鎭之以亡名之樸”(장진지이무명지박), “무명의 통나무로 누르리라!”

亡名(무명)은 곧 無欲(무욕)이다. 욕은 바라는 마음이면서 가지려는 마음이다. 이런 마음으로 붙인 것이 이름이다. 왜 사람들이 명품을 갖고 싶어 하겠는가? 그 이름 때문이다. 왜 아킬레우스는 싸우다 죽었는가? 이름 때문이다. 有欲(유욕)이 有名(유명)을 낳고, 유명이 유욕을 부른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