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고자 할 욕(欠 - 7)아닐 불(一 - 3)지나칠 과(辶 - 9)마디 절(竹 - 9)

어떤 제왕도 무명과 무욕의 상태로 돌아갈 수 없다. 노자 또한 그런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자칫 무욕과 무명의 정치를 오해할까 봐 ‘지족’의 정치를 말한 것이다. 제왕은 누구보다 존귀한 지위와 막강한 권세를 누리고 있으므로 욕심을 부리기 싶다. 그게 사사로운 욕심이든 천하를 위한 욕심이든 간에. 그런 욕심을 누르는 것이 ‘亡名之樸(무명지박)’이고, 그럴 때의 마음이 “만족할 줄 아는” 知足(지족)이다.

만족할 줄 안다는 것은 곧 過欲(과욕)을 부리지 않는다는 뜻이고 順理(순리)대로 일을 한다는 뜻이다. ‘회남자’ ‘詮言訓(전언훈)’에서 “欲不過節則養性知足”(욕불과절즉양성지족) 곧 “욕심이 절도를 넘지 않으면 본성을 기르고 만족할 줄 안다”고 말한 것도 그런 뜻이다. 대의를 위해서는 욕심을 가져도 된다고 여길지 모르겠으나, 어떠한 욕심도 경계해야 한다. 욕심은 목적이나 목표와 관계없이 과정을 일그러뜨리기 때문이다. 요컨대 욕심은 過節(과절)을 부른다.

그러면 절도를 넘지 않는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節(절)은 대나무를 비롯해 초목의 마디를 가리키는 글자다. 마디는 다른 것과 구분되는 토막으로, 음악에서는 가락에 해당한다. 일로써 말하자면, 그 일의 시작부터 끝까지가 한 마디고 한 토막이다. 그리고 이 마디나 토막에서는 이 일에 맞는 방법이나 순서,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과정이 있다. 이것이 절도를 이룬다. 따라서 절도는 고정되어 있지 않다. 이런 절도를 파악해야만 일을 잘 풀어갈 수 있는데, 욕심이 일어나면 그 절도를 파악하지 못할뿐더러 저도 모르게 절도에서 벗어나게 된다. 절도에서 벗어나는 순간, 이미 일은 그릇되기 시작한다.

절도에서 벗어나지 않으려면 만족할 줄 알아야 한다. 일이 술술 잘 풀리더라도 그것으로 만족할 줄 알아야 한다. 대개 일이 잘 풀리면 무리하게 내달리는데, 그건 도리어 잘 풀리던 실타래를 엉켜버리게 한다. 또한 일이 계획대로 풀리지 않거나 뜻한 대로 되지 않더라도 만족할 줄 알아야 한다. 이 또한 지족이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