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 민(氏-1)없을 무(火-8)늘 상(巾-8)용기 용(力-7)또한 역(亠-4)겁낼 겁(心-5)

민중에게 수동적이고 피동적인 성향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런 성향만 있는 것은 아니다. 따지고 보면, 제왕이나 귀족이라 해서 반드시 주체적이고 능동적이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 얼마나 많은 제왕이 소극적이고 수동적이었던가? 얼마나 많은 귀족이 제왕 눈치를 보면서 권력을 구걸했던가? 모든 사람에게 그런 이중적 성향이 있다.

‘여씨춘추’ ‘중추기(仲秋紀)’에 나온다. “夫民無常勇, 亦無常怯. 有氣則實, 實則勇; 無氣則虛, 虛則怯. 怯勇虛實, 其由甚微, 不可不知. 勇則戰, 怯則北. 戰而勝者, 戰其勇者也; 戰而北者, 戰其怯者也. 怯勇無常, 儵忽往來, 而莫知其方, 惟聖人獨見其所由然.”(부민무상용, 역무상겁. 유기즉실, 실즉용; 무기즉허, 허즉겁. 겁용허실, 기유심미, 불가불지. 용즉전, 겁즉배. 전이승자, 전기용자야; 전이배자, 전기겁자야. 겁용무상, 숙홀왕래, 이막지기방, 유성인독견기소유연)

“무릇 민중은 늘 용기를 지닌 것도 아니지만 늘 겁을 먹고 있는 것도 아니다. 기운이 있으면 충실해지고 충실해지면 용기를 지니게 되지만, 기운이 없으면 공허해지고 공허해지면 겁을 먹는다. 왜 겁을 먹거나 용기를 내는지, 왜 공허하거나 충실해지는지 그 까닭은 매우 미묘하지만 알지 못해서는 안 된다. 용기를 지니면 싸우지만, 겁을 내면 진다. 싸워 이기는 자는 용기를 갖고 싸우는 자고, 싸워서 지는 자는 겁을 먹고 싸우는 자다. 겁을 먹느냐 용기를 내느냐는 늘 같은 것이 아니고 순간순간 이리저리 바뀌므로 그 방향을 알 수 없다. 오로지 성인만이 그렇게 되는 까닭을 안다.”

본래 用兵(용병)에 대해 쓴 글이다. 군주나 장수가 민중에게 어떤 기운을 불어넣느냐에 따라 용기를 내기도, 겁을 먹기도 한다는 내용이다. 이는 통치나 정치에도 적용된다. 군주가 어떻게 통치하고 신료들이 어떻게 정치하느냐에 따라 민중의 기운과 행위도 달라진다.

인구 백만 명에 지나지 않던 몽골이 유라시아 대륙을 차지하고 중국을 통치한 일, 1억이 넘는 한족이 고작 백만 명의 만주족에게 통치를 받으면서 저항다운 저항 한 번 하지 못한 일을 떠올려보라.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