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 민 (氏-1)장차 장 (寸-8)저절로 자 (自-0)차분해질 정 (宀-5)

민중은 수천 년 동안 ‘피지배층’으로서 천대받아왔다. 낡은 왕조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왕조를 세우는 창업자마다 ‘民心(민심)’을 운운하면서 易姓(역성) 혁명을 정당화했으나, 기실 그 모든 혁명은 ‘反逆(반역)’일 따름이다. 이 말은 성공하면 ‘혁명’이고 실패하면 ‘반역’이라는 그런 뜻이 아니다. 참으로 민중이 겪는 그 고단함과 괴로움을 사무치게 느껴서 천하를 바로잡겠다는 포부로 일어난 것이 아님에도 민심을 운운했기 때문에 ‘반역’이라 한 것이다.

어찌 민중이라 해서 권력을 탐해 일어난 자들의 속내를 몰랐겠는가? 저들이 갖은 술수를 다 써서 속였더라도 민중은 끝내 알아챘다. 다만 힘이 없어 권력의 주체가 되지 못했을 뿐이다. 왜 민중은 힘이 없었나? 배우지 못해 知力(지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영국의 프랜시스 베이컨(1561∼1626)이 “아는 것이 힘이다”고 말하기 전에 이미 인류의 역사는 “아는 자가 힘을 가진 역사”였다. ‘구약성경’의 ‘잠언’에서도 “지혜 있는 자는 강하고 지식 있는 자는 힘을 더하나니”라고 했다.

공자가 왜 배움에 힘을 다 쏟았겠는가? 그 자신이 유일하게 자처한 것이 好學(호학)이었다. 배워야 알게 되고, 알아야 힘을 갖기 때문이다.

당시 귀족이라면 누구나 배워야 했던 여섯 가지가 있었으니, 藝(예, 예법)·樂(악, 음악)·射(사, 활쏘기)·御(어, 마차 몰기)·書(서, 글쓰기)·數(수, 셈하기)의 六藝(육예)다. 당시 교육을 귀족이 독차지한 것은 힘을 독점하기 위해서였다. 모든 시민이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되면서 군주와 귀족의 시대가 저물고 민주주의 시대가 열린 것도 앎이 곧 힘이기 때문이다.

사실 민중은 알게 할 수 없다고 한 공자도 “有敎無類(유교무류)” 곧 가르칠 때 출신을 따지지 않았다. 그에게 천민 출신 제자가 많았던 까닭도 거기 있다. 제자백가 사상가들 가운데 미천한 출신이 적지 않았던 것도 그런 시대 덕분이다. 이제 공자와 노자의 표현을 끌어다가 민주주의 시대에 걸맞은 문구를 만들면 이렇다. “民可使知之, 則民將自定”(민가사지지, 즉민장자정) “민중은 알게 할 수 있으니, 그러면 민중은 스스로 결정한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