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 화(口-5) 성 씨(氏-0) 의 지(丿-3) 구슬 벽(玉-13)

‘한비자’에 ‘화씨지벽’ 이야기가 나온다. 이 이야기는 새롭게 해석할 여지가 있다. 자초지종은 이렇다.

초나라 사람 화씨가 楚山(초산)에서 옥돌을 얻자 이를 받들고 가서 厲王(여왕)에게 바쳤다. 여왕은 옥장이를 시켜 감정했다. 옥장이가 말했다. “돌입니다.”

왕은 화씨가 자신을 속였다고 여겨 그의 왼쪽 발을 잘랐다. 여왕이 죽고 武王(무왕)이 즉위했다. 화씨는 다시 옥돌을 받들고 가서 무왕에게 바쳤다. 무왕은 옥장이를 시켜 감정했다. 옥장이가 또 말했다. “돌입니다.”

왕은 화씨가 자신을 속였다고 여겨 그의 오른쪽 발을 잘랐다. 무왕이 죽고 文王(문왕)이 즉위했다. 화씨는 곧 옥돌을 안고 초산 아래에서 슬피 울었다. 사흘 밤낮을 울어 눈물이 말라 피눈물을 흘렸다. 문왕이 전해 듣고 사람을 시켜 까닭을 물었다. “천하에 발을 잘린 자는 많다. 그대는 어찌하여 그렇게 슬피 우는가?”

화씨가 말했다. “나는 발이 잘린 것을 슬퍼하는 게 아닙니다. 저 보옥을 돌이라고 하고 곧은 선비를 거짓말쟁이로 몰아붙이는 것 때문에 슬퍼하는 것입니다.”

문왕은 곧 옥장이를 시켜 그 옥돌을 다듬게 하여 보옥을 얻었다. 이윽고 그것을 ‘和氏之璧(화씨지벽)’이라 부르게 했다.

여기서 옥장이가 군주에게 옥돌을 그냥 돌이라 한 것은 신하들이 군주를 속이는 데 대한 비유다. 이 비유에서 화씨는 정직한 선비다. 그런데 이야기를 다른 관점에서 해석하면, 화씨를 먼저 속인 자는 그 자신이다. 문왕에게 곧은 선비를 거짓말쟁이로 몰아붙이는 것 때문에 슬퍼했다고 하는데, 그러면 처음에는 무엇 때문에 그 옥돌을 군주에게 바쳤는가? 참으로 옥돌을 옥돌로 보아달라는 마음이었던가? 입신과 출세를 위한 속셈이었으나 속셈대로 되지 않은 것은 아니었나? 화씨의 두 발이 잘린 것은 과연 누구의 책임인가? 옥장이인가, 여왕과 무왕인가, 화씨 자신인가? 아니면 셋의 합작인가?

옥돌의 진가를 알아본 화씨 자신의 눈과 사람들이 탐낼 것을 안 그 마음이 원인 제공자였다 하리라.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