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닐 불(一-3)할 수 있을 가(口-2)붙들 현(心-16) 써 이(人-3) 이로울 리(刀-5)

정보나 지식이든, 무력이든 그것으로써 힘을 얻은 자는 삼가야 한다. 힘은 제어될 때는 이롭지만, 통제를 벗어나면 쓰나미처럼 재앙을 초래한다. 안타깝게도 덕으로써 민심을 얻은 이는 삼갈 줄 알지만, 정보나 무력으로 힘을 얻은 자는 삼갈 줄 모른다. 도리어 그 힘을 조율하고 통제할 줄 안다고 여겨 탐욕을 부리며, 무도한 일도 서슴지 않는다. 그게 기무사의 계엄령 문건에 담긴 진실인데, 이런 진실을 보여주는 것이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 문건이다.

기무사 계엄령 문건은 실행에 채 옮기지 못했다. 반면, 법원행정처 문건은 이미 실행되고 지속되었을 공산이 커 더욱더 심각하다. 핵심 의혹은 양승태 대법원이 정권과 재판을 거래했다는 점이다. 막강한 국가 권력이 집중되어 남용되는 일을 방지하려고 그 권력을 입법, 사법, 행정 각 기관에 분산해 서로 독립되어 균형을 이루고 견제하게 한 것이 삼권분립의 취지다. 그런데 이들 기관이 야합한다면, 삼권분립이 무너져 국가 근간은 뒤흔들린다. 그런 위험한 야합을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의 법원행정처가 했다는 말이다.

그 법원행정처는 재판 거래뿐만 아니라 일선 판사들을 꼼꼼히 사찰하고 판사들 성향을 분류한 문건도 작성했다고 한다. 재판에서 판사의 독립성은 당연히 보장되어야 하며, 판사가 스스로 법과 정의의 저울로 독자적으로 판결해야 한다. 판사가 정치적 계산으로 판결을 내려도 심각한 문제인데, 법원 조직이 정권과 야합해 특정한 방향으로 판결을 끌어내려 압력을 행사하고 판사 또한 그런 압력에 굴복한다면 그 심각성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다행히 그런 압력에 굴복하지 않은 판사가 적지 않았던 모양이다. 꼼꼼히 사찰하고 그 성향을 분류한 것을 보면.

‘문자’ ‘구수’에서 말했다. “夫爲義者, 可迫以仁, 而不可劫以兵; 可正以義, 不可懸以利.”(부위의자, 가박이인, 이불가겁이병; 가정이의, 불가현이리) “무릇 올바름을 행하는 사람은 어짊으로써 다그칠 수는 있으나 무력으로 겁줄 수 없고, 올바름으로 바로잡을 수는 있으나 이익으로 붙들 수 없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