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드러울 유(木-5)반드르르할 니(肉-12)향기로울 향(香-0)윤이 날 택(水-13)

경제적으로 급속하게 성장한 만큼이나 빠르게 한국인의 식습관도 변하고 있다.

돼지고기와 닭고기 따위 육류나 정크 푸드를 많이 먹게 된 것도 한 변화이지만, 식습관의 근본적 변화는 쌀로 지은 밥보다 밀로 만든 빵을 더 먹게 되었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이런 변화에는 다른 변화와 마찬가지로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다 있다. 그 가운데서 부정적인 면이라면 바로 밥맛, 그냥 밥맛이 아니라 진정한 맛을 점점 모르거나 잊게 되었다는 점이다.

전 세계의 음식문화를 크게는 ‘밥을 짓는 문화’와 ‘빵을 굽는 문화’로 나눌 수 있다. 아시아 사람들은 대체로 쌀을 음식의 기본으로 해왔으므로 ‘밥을 짓는 문화’에 속한다. 그 가운데서도 한국인은 가장 밥을 사랑하는 민족이다. “밥이 보약이다”라거나 “밥 한 알이 귀신 열을 쫓는다”라거나 “한국 사람은 밥심이다”라는 말에서도 잘 드러나며, 무얼 먹더라도 반드시 “밥 먹자!”라고 표현하는 데서 특히 잘 드러난다.

실제로 상에 국이나 찌개, 반찬들이 가득해도 ‘밥상’이라 할 만큼 한국인은 밥이 없는 상차림을 거의 상상하지 못한다. 이와 달리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밥이 없는 상차림이 얼마든지 가능하며, 밥을 올려도 밥이 상차림의 중심은 아니다.

밥만 잘 지으면 다른 반찬이 시원찮아도 맛있게 먹을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반찬의 가짓수가 많고 맛이 있어도 밥맛이 제대로 나지 않으면 그 상차림은 실패한 것이나 진배없다. 그만큼 밥맛이 결정적이다. 참으로 기이하지 않은가? 국이나 찌개, 반찬 따위에 견주면 별다른 맛이 없다고 할 밥이 상차림에서 중심을 차지한다는 사실이. 이는 한국인이야말로 참으로 밥맛을 안다는 뜻이리라.

청나라 때 張英(장영, 1637∼1708)은 ‘飯有十二合說(반유십이합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朝鮮人善炊飯, 顆粒朗然, 而柔膩香澤, 倘所謂中邊皆腴者耶?”(조선인선취반, 과립랑연, 이유니향택, 당소위중변개유자야?) “조선 사람들은 밥을 잘 지어서 밥알이 또랑또랑 윤기가 돌고 부드러우며 향긋하니, 이른바 솥의 가운데나 가장자리나 밥이 고루 기름지다고나 할까?”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