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범할 간(竹 - 12)살 생(生 - 0)잊을 망(心 - 3)죽음 사( 歹- 2)

역사가 司馬遷(사마천)은 치욕스러운 궁형을 당하고도 끝내 살아서 ‘史記(사기)’라는 걸작을 남겼다. 그가 자신만큼 불행했던 任安(임안)에게 보낸 편지글에서 “人固有一死, 或重於泰山, 或輕於鴻毛. 用之所趨異也”(인고유일사, 혹중어태산, 혹경어홍모. 용지소추이야) 곧 “사람은 누구나 한 번 죽지만 어떤 죽음은 태산보다 무겁고 어떤 죽음은 새털보다 가볍습니다. 이는 죽음을 사용하는 방향이 다르기 때문입니다”라고 썼다.

노회찬 선생의 죽음은 안타깝고 슬프고 아릿했다. 지금도 아려 온다. 그의 자살에 대해서야 의문과 논란이 없지 않겠지만, 적어도 그의 삶과 죽음의 무게만큼은 전국의 수많은 시민이 보여준 그 긴 조문 행렬로 충분히 가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세상에는 맛없는 음식으로 돈을 벌겠다는 장사꾼이 있는 것처럼 막말을 무슨 대단한 웅변인 듯이 팔려고 드는 자가 언제나 있다. 자신의 페이스북(Facebook, 우습게도 이는 제 낯짝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책이라는 뜻도 된다)에 “어떤 경우라도 자살이 미화되는 세상은 정상적인 사회가 아닙니다”라며 그 죽음을 책임 회피라고 비난한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그런 자다.

홍준표 씨의 말은 비난을 초래했는데, 말을 해서는 안 될 때에 해서는 안 될 말을 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그는 다른 이의 삶과 죽음에 대해 말할 자격이 없는 자다. 그 자신은 대단한 삶을 살았다고 자부할지 모르겠지만, 이제까지 정치가로서 그가 보여준 언행은 분명 그의 삶이 그의 막말에 못지않다는 것이었다. 뜬금없는 최근의 막말은 시샘과 자신의 존재에 대한 불안에서 비롯되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노회찬의 죽음은 태산보다 무겁게 느껴지는데, 자신의 삶은 새털보다 가볍게 느껴졌기 때문에.

‘문자’ ‘자연’에 나온다. “簡生忘死, 何往不壽? 去事與言, 愼無爲也.”(간생망사, 하왕불수? 거사여언, 신무위야) “대범하게 살며 죽음을 잊는다면, 어디를 간들 장수하지 않겠는가? 억지로 하는 일과 함부로 하는 말을 없애고 삼가 무위할 뿐이다.” 노회찬은 이렇게 살다 갔다. 그러나 홍준표는 이 말의 뜻을 알기나 할까?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