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장(弓-8)뛰어날 량(艮-1)아닐 불(弓-2)머물 거(尸-5)

‘문자’ ‘微明(미명)’에 나온다. “事者, 難成易敗; 名者, 難立易廢.”(사자, 난성이패; 명자, 난립이폐) “일은 이루기는 어려우나 그르치기 쉽고, 이름은 세우기는 어려우나 무너뜨리기 쉽다.”

진시황을 도왔던 이사, 권력을 탐했던 조고 모두 너무도 쉽게 일을 그르쳤고 무너졌다. 그들만이 아니다. 그 뒤로 수많은 이가 탐욕과 어리석음으로 몰락의 길을 걸었고, 오늘날에도 숱한 이가 그런 전철을 밟고 있다.

열세였던 유방이 항우를 누르고 천하를 차지하는 데에는 명장 韓信(한신)과 행정가 蕭何(소하), 지략가 張良(장량)의 공헌이 특히 컸다. 이 셋 가운데 한신은 제후왕에 봉해졌으나, 자신의 지략과 군사력을 숨기지 않고 뽐내다가 경계의 대상이 되었고 결국 포박되어 살해당했다. 이와 달리 장량은 한 제국이 일어선 뒤에는 조용히 물러나 정치에 관여하지 않았다. 장량은 늘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今以三寸舌爲帝者師, 封萬戶, 位列侯, 此布衣之極, 於良足矣. 願棄人間事, 欲從赤松子游耳.”(금이삼촌설위제자사, 봉만호, 위열후, 차포의지극, 어량족의. 원기인간사, 욕종적송자유이)

“이제 세 치의 혀로 황제의 軍師(군사)가 되어 식읍이 1만 호에 이르고 지위가 제후의 반열에 올랐으니, 이는 평민으로는 최고의 지위로 나 장량은 만족한다. 바라건대 세속의 일은 떨쳐버리고 신선 적송자처럼 노닐고자 한다.”

‘문자’ ‘자연’에서는 “事成而身不伐, 功立而名不有”(사성이신불벌, 공립이명불유) 곧 “일이 이루어지면 자신을 내세우지 않고, 공을 세우면 이름을 얻지 않는다”고 했다.

이 말대로 장량은 자신의 공을 내세우지 않았고 이름에도 연연하지 않았다. 유방이 식읍 3만 호를 내리려 했을 때 고작 1만 호의 留(류) 땅으로 만족하고 留侯(유후)에 봉해졌다. 그 덕분에 자손들도 편안하게 잘 살았고, 그의 행적도 ‘사기’에 ‘留侯世家(유후세가)’로 남아 길이 명성을 떨쳤다. 그가 ‘張子房(장자방)’으로 일컬어지며 높이 평가되는 것은 뛰어난 지략과 공적 때문만은 아니다. ‘成而弗居(성이불거)’했기 때문이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