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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천구의 도덕경…민주주의의 길 <235> 獨立不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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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8-10-11 19:5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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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홀로 독(犬-13)설 립(立-0) 아닐 불(一 -3) 바뀔 개(攴-3)

숙과 홀이 만든 세계, 질서 있는 세계는 혼돈에서 태어났다. 혼돈이 잉태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는 말이다. 혼돈이 없이 어찌 질서가 태어나겠는가. 태어난 질서라면 언젠가는 죽기 마련이다. 질서가 죽는다면 또 어찌 될 것인가? 마땅히 혼돈이 펼쳐질 것이라 생각하겠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예악이 붕괴되고 하극상이 벌어지며 전란이 끊이지 않는 무도한 세상이 전개되겠지만, 그것은 ‘혼돈’이 아니다. 질서의 또 다른 모습, 숨겨져 있던 모습, 곧 ‘무질서’다.

장자가 말한 “혼돈이 죽었다”는 것은 무질서가 사라지고 질서가 생겼다는 뜻이 아니다. 질서도 무질서도 없던 상태, 안정도 혼란도 없던 원초적 상태가 사라지고 질서와 무질서, 안정과 혼란이 존재하면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계가 도래했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혼돈은 질서와 무질서를 잉태한 상태로서, 모든 존재의 근원이자 모든 가능성의 총체였다. 그러니 혼돈을 무질서와 혼동해서는 안 된다.
노자는 이 혼돈을 두고 “寂寥, 獨立不改, 可以爲天下母”(적료, 독립불개, 가이위천하모)라 했다. “고요하고 휑한데 홀로 서서 바뀌지도 않아, 천하의 어미라 할 수 있다”는 뜻이다. 고요하고 휑하다는 것은 시간도 공간도 존재하지 않음을 나타낸다. 홀로 서 있다는 것은 나누어짐이나 쪼개짐 이전의 한 덩어리 상태를 나타낸다. 시간도 공간도 존재하지 않고 한 덩어리이니 변화할 리도 없다. 여기에서 시간과 공간이 나타나고, 온갖 것들이 꼴을 드러내며, 갖가지 변화들이 이루어진다. 그래서 ‘천하의 어미’라 했다.

이런 혼돈의 모습을 가장 잘 구현하고 있는 것이 힌두 신화에서 창조와 변형, 파괴의 신으로 불리는 시바(Shiva)다. 시바는 우주를 창조하고 보호하며 변형하는 궁극의 존재로서 그 자체는 형상도 없고 무한하며 초월적이고 불변한다고 한다. 자비로운 모습으로 묘사되기도 하고 무시무시한 모습으로 묘사되기도 한다. 창조자이면서 파괴자이기 때문이다. 때로는 위대한 고행자로 묘사되기도 하고 관능적인 신으로서 숭배되기도 한다. 요컨대 모든 분별과 이원화를 뛰어넘어 존재하는데, 혼돈 또는 도의 현현인 셈이다.

고전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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