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 대(大-0)아득히 갈 서(辵-7)멀 원(辵-10)되돌아올 반(辵-4)

아무래도 노자는 노파심이 컸는가 보다. ‘도’에 대해 크다고 말해 놓고서도 안심이 되지 않았는지, 이렇게 덧붙였으니. “大曰逝, 逝曰遠, 遠曰返.”(대왈서, 서왈원, 원왈반) “크다는 것은 아득히 간다는 말이고, 아득히 간다는 것은 멀다는 말이고, 멀다는 것은 되풀이된다는 말이다.”

아득히 간다는 것은 멀기 때문이다. 그런데 멀다는 것과 되풀이되는 것 또는 되돌아오는 것은 어떻게 연결되는 것일까? 큼과 아득히 갊, 멂, 되풀이됨의 연결 구조 또는 상관관계를 절묘하게 보여주는 글이 ‘장자’ ‘秋水(추수)’편에 나온다. 길지만 그 글을 인용하겠다.

가을 물이 넘칠 때가 되자 온갖 내들이 黃河(황하)로 쏟아져 들어왔다. 탁한 물이 아득히 퍼져 넘실거리며 흘러 양쪽 강가에서 노니는 소와 말도 분간할 수 없을 정도였다. 이때 황하의 신인 河伯(하백)이 흡족한 듯이 스스로 기뻐하며 천하의 장관이 모두 자기에게 있다고 여겼다. 하백은 물의 흐름을 따라 동쪽으로 가서 北海(북해)에 이르렀다. 거기서 동쪽을 바라보니, 물의 끝이 보이지 않았다. 이에 하백은 비로소 낯빛을 고치고 북해의 신인 若(약)을 바라보면서 탄식하며 말했다.

“시골말에 ‘백 번쯤 도를 들으면 자기보다 나은 이가 없다고 여긴다’더니, 나를 두고 한 말인 듯합니다. 나는 이전에 공자의 학문을 하찮게 여기고 伯夷(백이)의 절의도 가벼이 여기는 이가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여태껏 믿지 않았습니다. 이제야 나는 당신의 끝없음을 보게 되었습니다. 내가 당신의 문 앞에 이르지 않았더라면 위태로웠을 것입니다. 지극한 도를 터득한 사람들로부터 오래도록 비웃음을 샀을 테니 말입니다.” 그러자 北海若(북해약)은 유명한 ‘井底之蛙(정저지와)’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우물 안의 개구리에게 바다에 대해 말해주어도 소용이 없는 것은 좁은 우물에 매여 있기 때문이오. 여름 벌레에게 얼음을 말해줄 수 없는 것은 여름철만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오. 옹졸한 선비에게 도를 말해줄 수 없는 것은 자신이 받은 교육에 매여 있기 때문이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