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클 대(大-0)길 도(辵-9)평평할 탄(土-5)

‘道大(도대)’ 곧 도가 크다는 것은 어디에나 있다는 無所不在(무소부재)를 가리킨다. 그렇다면 이러한 도를 떠나서 존재하는 것도 있을 수가 없음은 자명하다. 그럼에도 도가 어디 딴 곳에, 아주 먼 곳에 있는 줄로 아는 이들이 예나 이제나 적지 않다. 그 도를 찾으려는 숭고한 뜻과 뜨거운 열정, 간절한 바람으로 길을 나서서는 허위허위 돌아다니다 이윽고 좌절하여 털썩 주저앉은 이들이 동서와 고금에 어디 한둘이랴. 그 모두 단순하고 소박한 이치를 놓친 탓이다.

‘문자’ ‘도원’에 나온다. “大道坦坦, 去身不遠. 求之遠者, 往而復返.”(대도탄탄, 거신불원. 구지원자, 왕이부반) “크나큰 도는 평평하고 아득히 펼쳐져 있어서 나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도를 멀리서 구하려는 자는 갔다가 다시 돌아오게 된다.”

여기서 坦坦(탄탄)은 평평하다는 뜻이면서 드넓게 펼쳐져 있다는 뜻이다. 저 크나큰 도는 어디에나 있을 뿐만 아니라 평평하다고 했다. 어디 높고 험한 산을 올라야 만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물 건너 바다 너머에 숨어 있는 것도 아니다. 도리어 그런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해 바로 여기, 발밑에 버젓이 펼쳐져 있는 도를 보지 못한다. 도를 찾겠다고 멀리 갔다가 그게 아님을 깨닫고 되돌아오기라도 한다면 그나마 다행이나, 그런 사람은 거의 없다.

흔히 우리는 삶의 길이 九折羊腸(구절양장)이 아닌 ‘坦坦大路(탄탄대로)’이기를 바라는데, 알고 보면 그것은 헛된 바람이다. 본디 삶은 탄탄대로에서 잠시도 벗어나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것을 모르고 그저 바라고 또 바란다. 절에 가서 빌고, 교회에 가서 기도한다. 왜 빌어도 기도해도 답이 없는 줄 아는가? 이미 주어진 답이기 때문이다. ‘중용’에서도 말하지 않았는가. “道也者, 不可須臾離也. 可離, 非道也”(도야자, 불가수유리야. 가리, 비도야) 곧 “도라는 것은 잠시도 벗어날 수 없다. 벗어날 수 있다면, 그것은 도가 아니다”라고. 이미 도와 함께 있고 도와 더불어 숨을 쉬고 있는데, 어디서 도를 찾는단 말인가? 그렇다면 통치나 정치의 길도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는 말인데….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