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라 국(囗-8)가운데 중(丨-3)있을 유(月-2)넉 사(囗-2)클 대(大-0)

노자는 “天大, 地大, 道大, 王亦大. 國中有四大焉, 而王居一焉”(천대, 지대, 도대, 왕역대. 국중유사대언, 이왕거일언) 곧 “하늘도 크고, 땅도 크고, 도도 크고, 왕 또한 크지. 세상에는 네 가지 큰 것이 있는데, 왕은 그 가운데 하나라네”라고 분명히 말하고 있다.

여기서 國中(국중)은 꼭 ‘나라 안’을 가리키지 않는다. 통치나 정치가 실행되는 곳이면 어디든 국중이다. 각양각색, 다종다양한 사람이 옹기종기 모여 부대끼며 사는 곳을 가리킨다.

왜 통치자가 필요하고 정치가 중요하겠는가? 속이거나 다투는 일이 없다면, 빼앗는 일이 없이 서로 베풀기만 한다면, 해치는 일이 없이 서로 도우며 산다면, 업신여기거나 억누르는 일이 없이 아껴주고 북돋아 주며 산다면, 그리하여 저절로 질서가 잡힌 상태가 지속된다면, 굳이 통치자나 정치가가 필요할까? 달리 말하면, 본래 인간 세상은 혼돈의 축소판이라는 뜻이다. “세상에는 네 가지 큰 것이 있다”는 말에는 그런 뜻이 담겨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속임이나 다툼, 빼앗고 해치는 일, 업신여김과 억누름 따위의 세상을 끊임없이 부조리와 모순, 혼란으로 몰아넣는 짓거리들이 그저 인간의 그릇된 성품과 비루하고 음흉한 술수, 즉 매우 인간적인 탐욕과 어리석음에서 비롯된 것으로만 여긴다. 자연을 보라. 조화와 균형을 이루기도 하고 깨뜨리기도 한다. 이룸과 깨뜨림의 반복, 이것이 자연이요 도다.

그렇다면, 인간사에서 벌어지는 갖가지 분란과 분쟁, 무질서도, 인간이 애써 조정과 화해, 질서를 모색하는 것도 모두 자연이고 도 아닌가?

노자는 신화적인 세계, 이제는 사라진 세계를 말하려고 혼돈을 말한 것이 아니었다. 인간이 문명을 이룬 뒤에도 그 문명 안에서나 밖에서나 혼돈은 여전히 살아서 작용하고 있는 도의 실체요 실상임을 깨닫게 하려는 것이었다. 생각해 보라. 인간의 문명이 과연 자연이나 도, 그 속성인 혼돈을 저만치 내몰고 홀로 우뚝 서 있는가? 그렇게 될 수 있는 것인가? 문명이 선이고 조화고 질서인가? 악과 분란, 무질서는 문명으로 침투해 들어오는, 자연에만 있는 병균인가?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