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을 실 (大 - 2)마디 절 (竹 - 9)일 사 (亅- 7)다할 극 (木 - 9)클 대 (大 - 0)

노자의 혼돈이 인간의 노력을, 선을 추구하고 조화를 이루며 질서를 구축하려는 노력을 폄하하거나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한 노력이 도의 실상과 문명의 본질을 간과한 채 이루어지는 것, 그리하여 일방적으로 무리하게 밀어붙이는 것을 경계하려는 뜻이 담겨 있다. 노자가 경계했던 인위와 조작, 기교는 그러한 횡포와 억지를 미화한 것일 뿐이다.

공자가 중시한 예의와 예법도 그 본래의 뜻이 희석되면서 도덕과 윤리라는 명분으로 정형화되고 왜곡되어 얼마나 억압적인 족쇄가 되었던가? 후대 성리학자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친 程頤(정이, 1033∼1107)는 굶어 죽는 일보다 절개를 잃는 일을 매우 큰 일로 여겼을 정도다. 그에게 누군가가 물었다. “혹 외로운 과부가 빈궁하고 기댈 곳이 없다면, 재가해도 됩니까?”

이에 정이는 이렇게 대답했다. “只是後世怕寒餓死, 故有是說. 然餓死事極小, 失節事極大.”(지시후세파한아사, 고유시설. 연아사사극소, 실절사극대) “다만 후세 사람들이 추위와 굶주림으로 죽는 것을 두려워해서 이런 말이 있게 되었다. 그러나 굶어 죽는 일은 지극히 작은 것이고, 절개를 잃는 일은 지극히 큰 것이다.”

굶어 죽는 일이 지극히 작은 일이라고? 이 얼마나 섬뜩한 대답인가! 그런데 조선의 성리학자들은 정이의 말을 금과옥조로 받들었다. 사별한 여성의 재가를 허용하지 않았고, 재가한 여성의 자식들은 양반이라도 벼슬길이 막혔다. 홀로 된 과부를 아예 사람으로 취급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재가에 대한 이런 부정적인 인식은 남성들뿐 아니라 여성들에게까지 파고들어서 21세기 오늘날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유가의 예의보다 더한 것이 법가의 法治(법치)다. 겉으로는 법을 통한 공평한 통치를 말하는 듯하지만, 기실은 오로지 군주 일인을 위한 일방적인 통치에 지나지 않는다. 군주 일인에게 모든 권력이 집중되어 그가 모든 일을 獨裁(독재)해야만 일사분란하게 국가가 운영돼 분란과 무질서, 폐해 따위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