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 인(人-0)본받을 법(水-5)스스로 자(自-0)그러할 연(火-8)

千變萬化(천변만화)라 하듯이 쉼도 그침도 없이 수 천 수 만 가지로 일어나면서 똑같이 되풀이되지 않아 종잡을 수 없는 것이 천지의 변화다.

고요하다 싶으면 곧 요동을 치고, 어지럽다 싶으면 곧 모든 것이 제자리를 잡는다. 익숙한 변화다 싶으면 전혀 엉뚱하게 흘러간다. 이게 천지변화의 본질이다. 천지의 변화만 그런 것이 아니다. 문명도 그런 변화를 끊임없이 겪는다. 어디 문명뿐이랴.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제도들, 창작하고 향유하는 예술과 문화들, 관습으로 꽉 졸라맨 도덕이나 윤리, 법령으로 야무지게 틀 지어놓은 질서 등등 무엇 하나 고정된 것이 없고, 안정적으로 지속되는 것도 거의 없다. 변화를 거부하다가는 도리어 폐해만 쌓이고 막다른 길에 이르게 된다. 변화를 외면하고 애써 상황을 억누르거나 고정시키려 하면 거대한 후폭풍을 불러 파탄에 이른다. 한 시대의 혼란, 한 문명의 몰락은 그 때문이다.

해마다 되풀이해서 일어나는 태풍, 간헐적으로 일어나는 지진과 해일, 기상 이변과 온난화 따위는 모두 지구가 균형을 잡으려고 일으킨 변화일 뿐이다. 문명 속에서 사는 우리도 그런 변화의 상황에 곧잘 직면한다. 요즘 유행하는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는 문구는 바로 그런 우리 현실을 역설적으로 드러내 보여준다. 온 마음과 몸을 다해 일하며 살았는데, 안정되고 즐거우며 신나는 생활을 누리려 애썼는데, 왜 ‘떠나야만’ 하는 상황이 되었을까? 우리의 노력은 왜 우리를 배신한 것일까?

사실 우리의 피땀 어린 노력, 우리가 고귀하게 여기는 행위들이 우리를 배신한 것이 아니다. 우리 스스로 그런 노력과 행위로 도를 배신하고 자연을 거슬렀다. 달리 말하면, 우리는 오랜 문명이 생산한 가치와 관념, 관습에 물들어서 우리를 낳은 도와 자연을 잊었다. 그래서 노자는 말한다. “人法地, 地法天, 天法道, 道法自然.”(인법지, 지법천, 천법도, 도법자연) “사람은 땅을 본받고, 땅은 하늘을 본받고, 하늘은 도를 본받고, 도는 저절로 그러함을 본받는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