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기(八-6)무를 취(肉-6)어조사 야(乙-2)쉬울 이(日-4)가를 판(刀-5)

최근 서울대 재학생을 대상으로 ‘불안 및 우울 정도’에 대해 설문을 실시한 결과가 보도됐다. 응답자 1760명 가운데 818명이 가벼운 우울증에서 심한 우울증까지 갖고 있는 것으로 나왔다. 대략 47%에 해당되는 학생들이 교우 관계나 진로 문제, 학업 경쟁 따위로 괴로워하고 있다는 것인데, 이 보도에 충격을 받았다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런데 정작 가장 크게 충격을 받을 이들은 학생들의 학부모가 아닐까? 물론 그 전에는 학생 자신이 자신의 무력함에 충격을 받았을 것이고.

서울대는 한국 최고의 명문대, 모든 학생과 부모가 열망하는 대학이다. 입학하기 위해 얼마나 오래도록 애를 써야만 하는지 다들 안다. 우리 사회가 경제적으로 윤택해지면서 명문대 입학을 위한 경쟁은 더욱더 치열해졌다. 여건이 좋아지면서 욕망도 더불어 커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제는 학생 자신만의 노력으로 명문대에 입학하기가 어려워졌다고 말들 한다. 심지어 명문대 입학 여부는 학생 아닌 학부모에게 달렸다고 말할 정도다.

공공연하게 떠도는 얘기로는, 고등학교 3년이 아니라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주도면밀하게 계획을 세워서 실행한다고 한다. 물론 이를 주도하는 이는 학부모이며, 학부모의 능력과 재력이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그래서 이제는 부모의 설계와 계획을 충실하게 따른 학생들이 명문대에 입학하는 비율이 높아졌다고 한다.

문제는 그런 노력이 자녀가 명문대에 입학할 수 있게 해주기도 하지만 정신적으로나 심리적으로 매우 脆弱(취약)하게 만들기도 했다는 점을 학생 자신도 그 부모도 미처 몰랐다는 사실이다.

노자는 “其脆也, 易判也”(기취야, 이판야) 곧 “무를 때 가르기 쉽다”고 말했다. 음식을 만들어본 이는 알 것이다. 재료가 무른 상태일 때 칼질을 하기가 매우 쉽다는 것을. 서울대 재학생들 가운데 우울증을 앓는 이들이 많다는 것은 부정적인 의미에서 무르고 나약한 학생들이 많다는 뜻이다.

이는 인위적으로 만든 안정적인 환경 속에서 학업에만 매달려 살아왔기 때문이다. 사육되어 살만 포동포동하고 근육이 없는 맹수!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