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작할 시(女-5) 에서 우(二-1) 부드러울 유(木-5) 나긋할 약(弓-7)

전 세계에 불고 있는 ‘韓流(한류)’ 열풍을 보면 문화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다. 한류라는 한글 용어가 그대로 쓰일 뿐 아니라 영어(Korean wave)와 불어(La Hallyu), 독일어(Koreanische Welle), 스페인어(Ola coreana) 등으로도 번역돼 쓰이고 있다. 한국보다 앞서 경제적으로 눈부신 성장을 했을 뿐만 아니라 자국 문화를 널리 알리려 애썼던 일본도 자국의 J-POP과 애니메이션으로 일류(日流)라는 말을 만들어냈지만, 결코 한류에는 미치지 못했으며 지금은 더더욱 한류에 가려 존재감이 없다. 문화가 산업이라는 말이 결코 허언도 과정도 아님이 분명해졌다.

그러나 문화의 진정한 힘은 그 나라, 그 사회 시민의 삶을 변화시켜 그 삶을 두텁게 해주는 데에 있다. 한류의 강력한 흐름만큼이나 한국인의 삶도 문화적으로 풍요로워졌는가? 그렇다고 하기에는 이른 감이 없지 않다. 오히려 적절한 문화정책과 효율적인 문화행정이 절실한 때다. 특히 제조업이 쇠퇴한 부산은 더욱 그러하다.

그런데 내년 부산시의 문화 예술 예산이 전체 예산의 1.7%에 불과하단다. 더 큰 문제는 그동안 보여준 부산시장과 부산시의 문화 인식이나 식견이 이 예산보다 더 빈약한 듯하다는 사실이다. 오페라하우스 공사 문제서부터 불거진 불만과 비난을 무마하려고 문화예술인들과 간담회를 한다더니 비공개로 진행하지를 않나, 다시 거센 비난을 받자 부랴부랴 2차 간담회를 공개로 전환하지를 않나, 도대체 정치적 행정적 효율성은 제쳐두고 문화적 세련미를 한 점도 발견할 수 없으니 말이다.

‘문자’ ‘道德(도덕)’에서 말했다. “始于柔弱, 成于剛强; 始于短寡, 成于衆長”(시우유약, 성우강강; 시우단과, 성우중장) “부드럽고 나긋함에서 시작하여 굳세고 강함을 이루고, 짧고 적음에서 시작하여 길고 많음을 이룬다.” 부드럽고 나긋하게 시작해야 한다는 말은 줏대도 원칙도 없이 하라는 뜻이 아니다. 독선과 아집으로 밀어붙이지 말고, 열린 마음과 자세로 다양한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소통하면서 천천히 일을 진행하라는 말이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