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드시 필(心-1) 말언(言-0) 의지(丿-3) 책임 책(貝-4)

12만 명이 모인 서울 집회에서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 대표가 카풀 서비스 허용은 “택시 생존권을 말살하는 정책”이라고 날을 세워 비판했다. 그리고 지난 24일에는 “카풀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2016년 총선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당시 자유한국당은 카풀을 포함한 공유경제 활성화를 공약한 바 있다.

이렇게 국회의원의 食言(식언)을 듣는 일도 이제 이골이 났는지 별로 놀랍지가 않다. 그럼에도 적이 걱정된다. 마치 식언이 정치가의 속성인 듯이 시민이 인식하지 않을까, 식언의 정치가 아예 뿌리를 내리지 않을까 해서 말이다.

그러나 정치가 제구실을 하기 위해서는 식언을 용인해서는 안 된다. 한비자가 군주의 통치술을 말하면서 신하들 곧 정치가의 말에 대해 엄정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던 것도 그 때문이라 생각한다.

‘한비자’ ‘南面(남면)’에 다음 내용이 나온다.

“主道者, 使人臣有必言之責, 又有不言之責. 言無端末辯無所驗者, 此言之責也; 以不言避責持重位者, 此不言之責也.”(주도자, 사인신유필언지책, 우유부언지책. 언무단말변무소험자, 차언지책야; 이부언피책지중위자, 차부언지책야)

“군주의 길은 신하들이 반드시 제 말에 책임을 지도록 하고 또 말하지 않는 책임도 지운다. 말에 두서가 없고 증거를 대지 못하면, 그 말에 책임을 묻는다. 책임을 피하려고 말하지 않으면서 요직을 차지하고 있으면, 말하지 않은 책임을 지운다.”

여기에서 ‘主道(주도)’를 ‘민주주의의 길’로 읽고 ‘臣(신)’을 ‘시·도지사나 국회의원을 비롯한 정치가’로 읽는다면, ‘한비자’의 지적은 민주주의 정치에서 적용하기에 합당한 내용으로 전환된다.

민주주의 제도에서는 주요한 선출직 공무원이 대체로 그 말에 힘입어 뽑힌다. 이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대신에 그 말의 허실을 엄정하게 따져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 虛言(허언)이나 空言(공언)을 일삼으면서 민주주의를 좀먹는 자가 國民(국민)이나 市民(시민)을 들먹이면서 나대는 일이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