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을 폐(門-3) 구멍 태(儿-5) 막을 색(土-10) 문 문(門-0)

다음은 ‘죽간본’ 15-2다. “閉其兌, 塞其門; 和其光, 同其塵; 挫其銳, 解其紛, 是謂玄同.”(폐기태, 색기문, 화기광, 동기진, 좌기예, 해기분, 시위현동) “구멍을 닫고 문을 막으며, 빛과 어우러지고 티끌과 같아지며, 날카로움을 꺾고 엉킴을 푸는데, 이를 가믈하게 같아진다고 한다.”

여기서 兌(태)는 빛나다, 기뻐하다, 구멍 따위를 뜻한다. 塞(색)은 막다, 막히다는 뜻이다. 塵(진)은 티끌, 먼지를 뜻한다. 挫(좌)는 꺾다는 뜻이다. 銳(예)는 날카롭다는 뜻이다. 解(해)는 풀다는 뜻이다. 紛(분)은 엉키다, 어지럽다는 뜻이다.

앞서 노자는 “知之者弗言, 言之者弗知”(지지자불언, 언지자불지)라고 말했다. 이는 도를 말한다는 것, 도를 표현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을 드러낸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도에 따라 사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도는 삶의 문제이지 표현의 문제가 아니라는 뜻을 명확하게 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으며, 이에 따라 15-2를 풀이해야 한다. 먼저 주의 깊게 보아야 할 부분은 “閉其兌, 塞其門”(폐기태, 색기문)이다. 이 문장에서 첫머리에 나오기 때문만이 아니라 뒤 구절들의 필요조건이면서 도를 알고 도에 따라 살기 위한 필요조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구멍을 닫고 문을 막는다”는 말은 무슨 뜻인가?

통행본 ‘도덕경’에서는 “塞其兌, 閉其門”(색기태, 폐기문)으로 되어 있어 좀 다른데, 의미에서는 별 차이가 없으나 표현에서는 이게 더 적절하다. 무릇 구멍은 막고 문은 닫는 것이기 때문에. 전승되면서 표현이 좀 더 세련된 것으로 볼 수 있다.

‘兌(태)’는 내면에 있는 구멍으로, 느낌이 일어나고 마음이 생기는 구멍이다. ‘門(문)’은 바깥 사물을 받아들이는 통로로, 사유하고 인지할 거리가 들어온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구멍과 문으로 느끼고 인식하며 판단한다. 그리고 그러한 느낌과 인식, 판단에 근거해서 행동하고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산다. 인간에게 이 구멍, 이 문은 거의 절대적이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