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우러질 화(口-5)빛광(儿-4)같아질 동(口-3)티끌 진(土-11)

和其光, 同其塵!(화기광, 동기진) 빛과 어우러지고 티끌과 같아져라! 이는 노자가 한 말 가운데서도 특히 널리 알려진 구절이다. 여기에 서로 어우러진다는 뜻의 和(화)와 서로 같아진다는 同(동)이 나란히 나오는데, 둘은 차별과 배제, 분리 따위를 부정하는 말로 쓰였다.

‘논어’ ‘子路(자로)’를 보면, 공자는 “君子和而不同, 小人同而不和”(군자화이불동, 소인동이불화) 곧 “군자는 어우러지지 똑같아지지 않고, 소인은 똑같아지지 어우러지지 않는다”고 말한 대목이 나온다.

이때 和(화)는 모든 것에는 제각기 고유한 색깔, 기질, 성향 따위가 있듯이 사람마다 각자 다른 생각과 말씨, 행동방식 등이 있으므로 그러한 다름을 인정하거나 긍정하면서 서로 어우러지는 것을 뜻한다. 요컨대 다양성을 존중하고 지향한다는 말이다.

이와 달리, 同(동)은 다름을 받아들이지도 인정하지도 않음을 뜻하며, 특정한 것에 맞추거나 따르지 않으면 그대로 혼란이 온다고 여기는 것이다.

이는 다양성을 부정하고 획일성을 중시하는 것으로, 대부분의 지식인이나 통치 계층은 이를 강조하고 옹호한다.

그래야만 통치하기가 더 수월하고 정치가 더 쉽게 된다고 여기기 때문인데, 그런 자들을 공자는 소인, 더 정확하게는 소인 지식인, 소인 정치가라 했다.

공자는 同(동)을 분명히 和(화)와 대비되는 말로 썼다. 그러나 노자는 둘을 같은 뜻으로 썼으니, 그것은 和(화)와 同(동) 뒤에 나오는 光(광)과 塵(진) 때문이다.

빛과 티끌! 이 둘은 인간의 가치 판단에서는 확연하게 구별된다. 아니, 차별된다. 빛이야말로 고귀한 가치가 있고, 티끌은 하찮고 더러운 것으로 말이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빛은 우월하고 티끌은 열등한가?

창문을 통해 쏟아져 들어오는 햇살을 본 적이 있으리라. 그때 햇살 속에서 遊動(유동)하는 무수한 티끌들도 보게 된다. 햇살이 없을 때는 전혀 보이지 않았는데, 빛이 있으니 보인다. 이는 무얼 말하는가? 빛과 티끌은 동시에, 함께 존재함을 뜻한다.

고전학자